종합편성채널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통과 저지를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두고 정작 중요한 맥락과 내용은 반영하지 않은 채, 그 의미를 축소시키고 조롱거리로 삼는 등의 방송행태를 보였다.  

“자기네들 선거운동하고 앉아있는 것”

총선보도감시연대의 25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한 김경재 전 청와대 대통령 홍보특보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두고 “자기네들 선거운동하고 앉아있는 것”이라며 “그냥 가만히 앉아서 필리버스터 언제 끝날까 저거 듣고 앉아있다가 나라 망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를 두고 전혀 근거 없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 날 채널A 돌직구쇼에 출연한 이계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거 반대하는 이유가 통신비밀 그거 문제 아닙니까”라며 “아무개 의원, 업자, 정치인들 돈 받고 자리청탁하고 이거 걸릴까봐 그러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같은 날 TV조선 신통방통에 출연한 여상원 변호사는 “국회업무에다 업무방해죄 적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라며 “(업무방해) 현장에 있으면 공범이 되니까 빨리 나와야 합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106조의 2)에 명시된 합법적 방법이다.

▲ 지난 24일 채널A 돌직구쇼(왼쪽)와 TV조선 시사Q 방송화면
▲ 지난 24일 채널A 쾌도난마(왼쪽)와 TV조선 신통방통 방송 화면
진행자 덩달아 “다들 기저귀 차셨죠?”

시사토크 진행자들도 패널들의 이 같은 발언을 제지하기는커녕 합세했다. 지난 24일 TV조선 시사Q를 진행하는 윤슬기 TV조선 기자는 “본격적인 토크에 앞서서 저희도 토크를 오래해야 하니까 다들 기저귀 차고 나오셨죠”라고 말했다. 토론을 오래 해야 하는 의원들이 성인용 기저귀를 준비했다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윤슬기 기자는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은 의원이 정보기관에 고문을 받고 피해를 받은 인간적인 면모는 이해를 하지만 그게 과연 저렇게 국회를 올스톱시키면서 분풀이 해야 하나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선보도감시연대는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토론을 개인적인 분풀이에 불과한 것처럼 깎아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널A 쾌도난마 이용환 앵커도 같은 날 방송에서 “김광진, 은수미 의원이 안보를 팔아서 자기 장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이른바 정신승리를 한 것 같아요. 두 의원들은 우리가 승리했다. 도취돼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선보도감시연대는 “필리버스터를 평가절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사회자는 출연자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사회자는 전문적인 방송인이며 방송심의규정을 준수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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