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 앞에 TV조선 예능프로그램이 눈에 띄고 있다. 최민수·황신혜 등이 출연하며 입소문을 탄 ‘엄마가 뭐길래’는 1월7일 9회 방송에서 시청률 3.29%(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탈북녀들의 토크쇼 ‘모란봉클럽’도 지난 13일 방송에서 2.92%를 기록했다. 시사보도프로그램 일색이었던 TV조선에서 예능프로그램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TV조선은 최근 예능편성을 늘리고 있다. 채널전략에 변화를 준 것이다. TV조선 예능프로그램은 2016년 현재 전체 편성의 3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13년부터 2016년(1월1일~2월21일 기준)까지 TV조선 편성비율자료에 따르면 2013년 오락 편성비율은 17.2%에 불과한 반면 보도비율은 48.7%로 높았다. 2014년 오락 비율은 20.6%로 증가했으나 보도비율 또한 51%까지 증가했다. 이는 보도본부 기자들의 노동 강도와 각종 심의제재 증가와 연결됐다.

▲ TV조선 '엄마가 뭐길래' 한 장면.
그러나 TV조선 변용식 대표이사 취임과 MBC·tvN 출신 송창의 제작본부장 영입, 최희준 보도본부장 취임이 겹친 2015년 오락 편성비율이 24.9%로 증가했다. 교양비율도 35.3%로 전년대비 7%가량 증가했다. 반면 보도비율은 39.8%로 줄었다. 2016년 현재까지 TV조선 편성비율은 보도 38.1%, 교양 30.4%, 오락 31.5%로 나타났다. 시사보도중심 편성에서 종합편성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으로, 애초 출범 취지에 비춰봤을 때 바람직한 변화다.

이는 TV조선의 채널전략이 시사보도에서 종합편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애초 송창의 제작본부장을 영입할 당시부터 예능·교양부분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TV조선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2015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종편시청률은 오후 1~4시의 경우 유료방송 시청률이 지상파 3사 시청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TV조선은 고정시청층을 확보한 낮 시간대 시사보도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시청층을 확대하는 한편 지나친 보수편향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오락편성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지속적인 제작비 축소로 적자폭을 최소화하는 한편 시사보도를 통한 안정적 시청률을 확보하며 가능했다. TV조선 기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보너스가 개국 이래 최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TV조선의 한 기자는 “경영진도 이제 보도중심의 방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타사 종편 관계자는 “시사보도 편성을 줄여야 한다는 방송통신위원회 압박에 더해 TV조선도 젊은 층을 잡아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종편4사 가운데 평균 시청률이 가장 낮은 JTBC는 20~49시청률이 높은 예능·드라마 편성을 바탕으로 타사 종편보다 높은 광고매출액을 기록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2014년 JTBC의 광고 매출액은 724억 원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MBN은 662억 원, TV조선은 439억 원, 채널A는 403억 원에 그쳤다. 이 같은 이유로 TV조선에서 드러난 편성전략변화가 채널A와 MBN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TV조선의 전략변화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불투명하다. 사내에선 김민배 전 보도본부장과 같은 인사들이 이전처럼 시사보도중심 편성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채널시청률 탓이다. TV조선은 2014년 12월 1.94%의 월별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2015년 6월 1.71%, 그해 11월 1.56%로 분기별 하락세를 나타냈다. 또한 최근 송창의 제작본부장이 갑작스레 사표를 제출해 채널전략이 재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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