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비정상 출범으로 파행 상황이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 한 명이 임명되지 않아 방통위는 현재 여야 3대 1 구도다. 야당 추천 김재홍 위원은 이 같은 구도에서 의결할 수 없다며 전체회의 등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가 3대 0 구도이나 최성준 위원장 등 청와대·여당 추천 위원들은 허원제 위원(새누리당 추천)을 부위원장으로 호선하는 안건을 16일 의결한다.

방통위 파행의 결정적 계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추천 고삼석 박사(중앙대 겸임교수)를 임명하지 않은 데 있다. 국회는 지난 2월 본회의를 통해 고 박사를 상임위원으로 추천키로 의결했다. 그러나 법제처는 지난달 고삼석 박사의 경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정한 자격요건에 미달한다고 판단했고, 박 대통령은 고 박사를 임명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국회에 재추천 요청서를 보내놓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근거로 들며 현 상황에서는 고삼석 박사를 임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15일 이 건과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으나 이정현 홍보수석은 통화에서 “청와대가 국가의 공식적인 유권해석 기관인 법제처를 무시하고 임명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정현 수석은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자격 요건에 논란이 있기 때문에 임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원내대표단은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청와대에 임명을 촉구할 것을 요청했으나 강 의장은 “여당 원내대표단과 합의하라”며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유승희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은 “청와대가 부당하게 임명해태 행위를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나서 방통위 파행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청와대를 직접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 입장은 완강하다. 국회 미방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통화에서 “고삼석 후보자는 방통위법 상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조, 학계, 방송·통신 등 한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고 재추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해진 의원은 “여당도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이긴 하나 여야가 방통위 법 상 임명요건을 고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는 ‘자격요건을 두고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경우 추천당사자인 국회의 해석이 우선돼야 하고, 대통령의 임명권은 국회의 추천에 구속된다’며 법제처와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조해진 의원은 “입법조사처가 자격요건은 다루지 않았다”며 “국회 산하에 있는 기구로서 창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방통위원 임명권은 행정부의 공무원을 임명하는 것이고 국회의 추천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보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방통위는 청와대·여당 추천 상임위원 셋만으로 의결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법에 따르면 상임위원 둘 이상의 요청으로 회의를 열 수 있고, 셋 이상이면 의결할 수 있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1일 상임위원들에게 고삼석 후보자가 임명될 수 있도록 추천기관(새정치민주연합 새누리당 청와대)을 설득하고 뛰어보자 제안했으나 최성준 위원장 등은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유승희 의원은 “합의제 기구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면 안 되고, 이를 최성준 위원장에게 분명히 전달했다”며 “최 위원장은 고삼석 박사가 임명되지 못해 방통위가 파행인 상황을 대통령에게 직언해 방통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조해진 의원은 “야당 추천 한명이 유보된 상황에서 의결 사안을 밀어붙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김재홍 위원도 사안에 따라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전면 보이콧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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