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장은 15일 내곡동 국정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중국화교 유가강 간첩사건과 관련하여 증거서류 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으로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왔으나, 일부 직원들이 증거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 원장은 사과 발표에서도 간첩조작사건을 ‘화교 유가강 간첩사건’으로 표현하거나 ’일부 직원들’의 문제로 치부하는 등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를 드러냈다.
▲ 남재준 국정원장 | ||
남 원장이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들에게 사과 의사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 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깍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재준 원장과 박근혜 대통령 모두 이번 사안을 잘못된 ‘관행’이라 표현했다. SNS에서는 남 원장과 박 대통령 모두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건은 ‘관행’이 아니라 ‘범죄’라는 것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님,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이라고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형사사법의 근간을 흔든 중대심각 범죄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잘못된 관행? 증거조작은 관행이 아니라 범죄야”라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국정원은 늘 증거조작을 해오던 관행이 있었는데, 이번에 들켜서 유감이다’-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해석했다.
남재준 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은 ‘환골탈태’를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원과 박 대통령은 대선개입이 드러났을 때도 ‘셀프개혁’을 주장해왔다. 이번에도 남 원장과 박 대통령은 셀프개혁을 언급하거나 국정원 스스로 개혁할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
변상욱 CBS 기자는 “국정원이 뼈를 깍는 쇄신을 한다고? 대통령은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바란다고? 제 뼈를 제가 깎는 수술이 어디있나”라며 “특검, 국정조사, 개혁국정원법 만들어야 환부라도 도려내지. 그걸 사과라고 하다니”라고 비판했다. 트위터리안 레인메이커(@mettayoon)는 “셀프개혁을 말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인가? 도둑이 제 손을 자르고, 사기꾼이 혀를 자르는 것을 본 적 있던가”라며 “제 손으로는 새로운 범죄를 추가로 기획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국민세금으로 증거나 위조하러 다니는 국정원을 국민대표기관인 국회가 원장 불러 따지지도 못하는 현실을 심각한 문제다. 회계감사 하나 못하고 국정원 입맛대로 하도록 방치하는 건 1차적으로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 책임이지만 야당도 반성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