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파행 운영 중에도 부위원장 호선 등 의결을 강행했다. 현재 방통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 거부로 야당 추천 상임위원 한 명이 공석이고,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이 의결을 보이콧한 상황이다. “최성준 방통위가 야당 위원 2명을 무시하고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은 현안이 산적해 의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16일 오전 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었다. 청와대·여당 추천 상임위원 셋만 참석한 가운데 허원제 위원(새누리당 추천)을 부위원장으로 호선, 의결했다. 방통위는 이 과정을 비공개했다. 종합편성채널 4사 특혜 유지가 확정적인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징수 문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해 4월 중 보고, 6월 중 최종 의결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방통위는 향후 정책과제를 마련할 목적으로 방통위 내·외부 인사로 태스크포스팀(단장 라봉하 기조실장)을 구성할 것을 결정했다. 상임위원들은 11개 법정위원회 현황을 보고받고 위원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위원들을 위촉할 계획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상임위원들은 불법 보조금 관련 통신시장 동향과 대응방향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최성준 위원장은 “위원 한 분이 없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하지만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국민을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업무를 처리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회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다른 (행정부처) 사례를 보더라도 위원 5명이 모두 임명돼야 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원제 위원은 “방통위 첫 출범 회의에 김재홍 위원이 참석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대단히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그럼에도 위원장께서 말한 대로 방통위는 정상적으로 운영이 돼야 한다. 저만 해도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지 3주가 지났다. 국정수행을 책임지고 있는 상임위원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방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총장역(이기주 위원)을 모두 청와대·여당 위원이 맡게 됐다. 2008년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방통위 설치법’을 논의하면서 “부위원장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에서 맡기로 한다”는 ‘정신’으로 부위원장 호선 조항을 만든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가 독임제로 변질되면서 여야는 부위원장을 상·하반기로 나눠 맡았다.

2015년 10월5일까지 부위원장을 맡은 허원제 위원은 “국회 소위원회가 방통위를 구속할 수 없다고 본다”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입법 정신 그대로 위원장을 호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삼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부위원장과 같은 직무대행은 위원장과 동일한 정당에서 추천한 사람이 맡게 된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김재홍 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성준 위원장이 첫 회의부터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며 “야당 추천 상임위원 없이 진행한 의결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5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구성된 뒤 재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과반수로 의결할 수 있다는 것은 반민주적 전횡이고, 그 전횡에 빠져 일방적으로 끌고 가면 다수파와 소수파 간 적대적 분열과 극단적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최성준 위원장이 임명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오만과 독선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인사청문회에서 방통위의 합의제 성격을 강조한 최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비정상적 출범과 독선적 운영을 강행하면서 국민 앞에 천명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의결에 앞서 전체회의를 강행할 경우, 최성준 위원장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재홍 위원은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예정한 방통위 보고가 진행된 뒤 전체회의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위원들이 참석하는 간담회, 전체회의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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