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반발움직임이 보도국 뿐 아니라 길 사장의 지근거리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길 사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수신료 인상을 담당하던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 오성일 팀장이 KBS 사내게시판(코비스)에 글을 올려 길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고, KBS 홍보실 팀장급 4명 중 2명도 보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오성일 팀장의 글이 KBS 법무팀에 의해 코비스에서 삭제됐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이하 KBS본부)는 “회사에서 오 팀장의 글을 아무 이유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삭제했다”며 “법무실에서 일방적으로 삭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당글은 KBS본부에 의해 다시 코비스에 올려져 있는 상태다.

법무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본인과 통화를 했다”며 “회사 지침과 맞지 않아 삭제했다”고 말했다. 법무실 관계자는 ‘본인의 동의를 구한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협조를 구했고, 사실은 동의”라며 “(회사) 지침위반에 대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본인이) 법무실 입장은 이해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팀장은 KBS본부가 코비스에 해당 글을 다시 게재하겠다고 했을 때 이에 동의했다고 KBS본부가 밝혔다.

법무실 관계자는 ‘회사 지침’과 어긋나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KBS본부는 법무실에 문의한 결과 법무실 측이 해당 글은 “공사(KBS)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글”이란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 길환영 KBS 사장. 사진=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오 팀장은 코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세월호 취재 현장에서 KBS의 기자와 카메라가 욕을 먹고 쫓겨났다”며 “‘기레기’ 기자 후배들이 침몰하는 KBS의 저널리즘을 탄식하며 반성문을 올렸는데 그때 (길환영) 사장님도 함께 아파하며 반성하고 계셨나. 유족들이 어린 학생들의 영정을 들고 KBS로 몰려올 때 무얼 하고 계셨나”고 지적했다.

오 팀장은 이어 “사과를 준비하고 계셨나. 그 분들이 KBS에서 냉대 받고 청와대 앞으로 가지 않았다면 무얼 하고 계셨을까? 그래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고개 숙이셨을까? 안 그래도 반성하고, 사과하고, 고치려고 결단하던 참이었는데 백운기 국장의 경우처럼 ‘오비이락’ 격으로 하필 그 때 유족들의 청와대행 돌발 행동이 발생했다고 하시겠나”고 비판했다.

오 팀장은 “KBS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유족들을 대통령 문 앞까지 가게 한 것이 아니라 KBS로 오게까지 했던 것”이라며 “세월호 사고 이전, 전임 보도국장의 폭로 이전, 사장이 보도본부에 넌지시 제시하던 의견이 통하던 ‘흔들림 없던’ 길환영 체제를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우울하고 갑갑하다”고 비판했다.

오 팀장은 “사장이 ‘좋은 의견’이라고 전달했다는 그것들이 공교롭게도 권력에 이롭거나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이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며 “KBS 뉴스는 이미 권력에 대한 비판에는 충분히 신중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전임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은 물론 보직을 사퇴한 부장단들도 반성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팀장은 “KBS의 보도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사장뿐만 아니라 기자 집단의 책임이 크다”며 “그러나 지금의 이 사태는 사장의 인식처럼 직종 이해관계로 귀착시켜 버릴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막내 기수 기자들의 눈물과 분노에서 시작된 기자협회의 사퇴 요구가 직종이기주의라면, 사장을 제명하면서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PD협회는 직종혐오주의인가”라고 비판했다.

오 팀장은 “‘좌파노조’ 발언도 공영방송 사장으로서는 쉽게 해서는 안 된다”며 “공영방송을 어떻게라도 살리자고 호소하는 직원들을 싸잡아 좌파라고 하면 사장이 지칭하는 그 좌파로부터 지키려는 공영방송은 도대체 어떤 공영방송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해명이 있기 전까지는 사장의 사퇴를 거론하는 데 주저함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망설임 없이 요구할 수 있겠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물러나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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