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뭐가 궁금해? 다 물어봐. 나는 다 말해줘” 실종자 가족 권오복(60)씨가 말했다. 권씨는 진도체육관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언론 담당’으로 불린다. 그는 기자들의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한다. 이날 권씨가 응한 인터뷰만 다섯 건. 사진 촬영을 묻자 그는 “마음껏 찍어요. 잊혀지는데 무슨 촬영금지야. 다 필요 없어요. 나는 카메라 다 들어오라고 해요.” 세월호 1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오후 권씨를 진도체육관에서 만났다. 

‘언론 담당’인 만큼 뉴스와 기사도 꼼꼼하게 본다. 권씨의 하루는 신문읽기로 시작한다. 초기에는 체육관에 들어오는 일간지를 거의 다 훑었다. 100일이 지난 지금 체육관에 들어오는 일간지는 한겨레 하나다. 체육관 대형 스크린 앞에 위치한 그의 자리에는 신문, 주간지 등이 쌓여있었다. 원래 주로 어떤 신문을 읽느냐는 질문에 “조중동 빼고는 다 본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매체 구분 없이 인터뷰에 응한다. 권씨는 “매체가 싫다고 해서 인터뷰까지 안 응하면 되나. 지금 우리가 잊혀지려는데 인터뷰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잊혀지는 것은 실종자 가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다. 권씨는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는 안 잊혀지게 하고 싶다”며 “지금 특별법이다 뭐다 하는데 세월호가 잊혀지면 조사나 제대로 되겠느냐. 안 그래도 정부는 계속 묻으려고 하는데”라고 말했다.

23일 현재 남은 실종자는 10명. 그런데 실종자 가족은 9가구가 남았다. 권씨네 집에서 실종자 두 명이 안 나왔다. 권씨의 동생 재근(51)씨와 조카 혁규(6)군이다. 제수씨의 시신만 지난 4월 23일에 발견됐다. 제수씨의 시신은 최근까지 냉동고에서 보관되다 지난 주에 먼저 화장됐다. 제수씨의 본국인 베트남의 풍습에 따른 것이었다. 베트남에서 시신이 90일 이상 수습되지 못하면 평생 구천을 떠돈다고 한다.

   
▲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둔 22일 실종자 가족 권오복씨를 진도 체육관에서 만났다. 사진=박준수 제공
 
   
▲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둔 22일 실종자 가족 권오복씨를 진도 체육관에서 만났다. 사진=박준수 제공
 
   
▲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둔 22일 실종자 가족 권오복씨를 진도 체육관에서 만났다. 사진=박준수 제공
 
동생네 가족은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사고에서 막내 조카 지연(5)만 살아남았다. 지연이는 지금 고모네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 100일을 맞아 지연이는 진도체육관을 찾을 예정이다. 지연이는 고모를 ‘고모 엄마’ 고모부를 ‘고모 아빠’라고 부른다. 처음에 지연은 가족들이 자기만 빼놓고 제주도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가 최근에는 제주도로 가는 도중 가족들을 ‘잃어버렸다’고 인식하고 있다. “빨리 엄마, 아빠, 오빠 찾아서 살고 싶다고 하죠.”

“일단 수습부터 하고 생각하려고 해요.” 하지만 그게 벌써 100일이다. 그는 애초 한 달 정도면 시신 수습이 다 될 것이라 생각했다. 100일이 다가오면서 일각에서는 그만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김아무개 해군 대령은 가족들 앞에서 “천안함 때도 6명은 결국 실종 처리되지 않았느냐. 세월호는 지금 96%를 발견했는데 이 정도면 해외토픽에 오를 정도”라고 발언해 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권씨 역시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권씨는 동생과 조카가 반드시 배 안에 있으리라 믿고 있다. 믿음이 없다면 이렇게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당연히 배 안에 있어요. 3층 식당이 한쪽으로 쏠렸는데 잠수사들이 다 들어내고 수색을 한 게 아니에요. 손에 물건이 걸리면 그냥 지나가버렸다고요. 시간이 워낙 없으니까.”

실제 지난 18일 선원 이아무개씨가 발견된 곳은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수색을 마쳤다고 한 3층 주방이었다. 권씨는 “정부는 이제 정말 할 말 없지”라고 비판했다.

지난 100일간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한결 같았다. 권씨가 정부에게 준 점수는 0점.

“답답한 걸 어떻게 말로 표현을 해요. 언제 찾아주나 찾아주나 기다리다 보니 100일이 됐네. 정부는 구조할 아이디어도 없어. 매일 실종자 가족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어보기나 하고 월드컵에 묻혀가기나 바라고.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월드컵 16강 못 들어가서 참 다행이야. 홍명보가 도와줬지.”

그는 시시각각 어떻게 하면 구조가 잘 될 수 있을지도 생각한다. 지난달부터 사용된 ‘전자코’ 역시 그가 일찍이 생각했던 장비다. 전자코는 물 속 냄새를 분석하는 장비다. 시신이 있는 곳과 아닌 곳의 패턴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가 이런 것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조카 때문이다. 그는 덩치가 작은 6살 난 조카가 혹여 눈에 띄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 세월호 참사 100일,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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