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뉴스는 온통 ‘유병언’ 뿐이다. 유 전 세모그룹 회장이 22일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부분 언론들은 유병언 관련 소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잊혀지는 것들이 있다. 방송사 메인뉴스들은 유병언 소식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남은 뉴스 시간에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는지 보면 그 언론사의 관심이 드러난다.

사실 유병언 사망 소식이 뉴스를 덮고 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들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부총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언론은 유병언 시신에 올인하고 있다. 그래서 이 뉴스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시의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회는 23일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다음달 7일 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KBS가 황우여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KBS는 23일 '뉴스9' 리포트에서 “자신의 건물 임대소득을 적게 신고했단 의혹이 일고 있다”며 “대학원생 딸에게 관리인 명목으로 임대소득 일부를 줘왔는데, 이 돈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 2014년 7월 24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KBS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2층짜리 건물을 보증금 1억 원, 월세 750만원에 임대를 주고, 그 임대료에서 매달 100만원 가량을 대학원생인 딸에게 건물 관리인 명목으로 지급했다. 그렇게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두 2천만 원을 지급했고 황 후보자는 임대료 수입에서 딸에게 준 돈을 경비 처리하고 나머지만 신고했다.

때문에 그만큼 세금이 줄었다는 것이 KBS 보도의 요지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KBS가 취재한 세무사는 “조그만 임대 건물 같은 경우에는 인건비 처리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도 '8뉴스'에서 황 후보자의 검증 리포트를 내보냈다. 앵커는 “황우여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다음 달 7일에 열린다”며 “현역의원에다 바로 직전 여당 대표였으니까 좀 쉽게 가겠지, 이렇게 예상할 수도 있겠는데 야당은 군 복무하면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사실부터 이것저것 조목조목 따진다는 자세”라며 야당이 제기한 의혹을 보도했다.

또한 24일 서울신문은 황우여 후보자가 군 복무 중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황 후보자 손녀 2명이 이중국적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일보는 황 후보자가 해운회사에서 고액후원을 받았다는 야당 발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황 후보자가 1990년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한 차례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을 전했다. 이런 보도들은 앞서 23일 경향·한겨레 등에서 보도한 바 있다.

   
▲ 2014년 7월 24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는 어떨까? 23일 '뉴스데스크'에서는 9개의 유병언 관련 보도가 나왔다. 이어 정부의 경제활성화 방안 관련 리포트가 2개, 박근혜 대통령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발언이 1개, 비 소식, 장마철 맨홀뚜껑 문제, 낙뢰, 위험한 해변, 구명조끼 착용법 등이 이어졌다. 정권에 민감할 만한 황우여 총리 관련 보도는 없었다.

MBC의 경우 지난 21일에도 관련 보도는 없었고 22일에도 마찬가지였다. KBS는 23일 황우여 후보자 보도 외에도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 논란도 보도했다. 21일에는 사이버사령부의 조직적 정치개입으로 19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MBC는 지난 22일 '뉴스데스크'에서 <“모기 물린 데 침 바르지 마세요”…여름철 봉와직염 주의> <조는 운전자 깨우는 차량 ‘첨단 안전장치’…평가 제도는?> 등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유병언이 점령한 방송 뉴스에서 이처럼 방송사들의 뉴스 판단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