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를 통해서 보미가 예전에 가수의 꿈을 갖고 있을 때의 마음을 아빠가 조금이라도 전달했으면 좋겠어요. 보미가 하늘에서도 아빠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이 노래를 듣고 좀 더 행복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난 23일 저녁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박 2일 도보행진 첫날 일정을 마치고 광명시민체육관에서 만난 단원고 2학년 9반 고 이보미양의 아버지 이주철씨는 딸이 부른 ‘거위의 꿈’ 영상을 보며 말없이 손으로 눈물을 훔쳐 냈다.

이씨는 24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100일 시낭송 및 추모 음악회 ‘네 눈물을 기억하라’에서 공개될 보미양과 가수 김장훈씨의 듀엣 뮤직비디오를 몇 번이고 돌려보며 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보미가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건 봤는데 직접 공연하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봤거든요. 아빠한테 ‘내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러 오라고, 이제 두 번째 곡 들어가니까 빨리 오라’고 그랬는데 일이 바빠서 못 간 게 마음에 계속 남아 있어요”

   
단원고 2학년 9반 고 이보미양의 아버지 이주철씨는 딸이 가수 김장훈씨와 듀엣으로 부른 ‘거위의 꿈’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저녁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제에 보미양과 김장훈씨의 듀엣 공연으로 선보일 노래 ‘거위의 꿈’은 김씨가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이씨를 만나 딸이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고 싶다는 마음을 받아 만들게 됐다.

이씨는 “사실은 원래 가지고 있던 보미의 영상과 목소리를 가족이 소장할 수 있도록 CD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중 일부 영상을 따서 세월호가 잊혀지지 않게 우리 유가족들의 마음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김장훈씨도 작업을 시작했다”며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도 아니고 세월호 이후 ‘추모’의 의미로 많이 알려진 이 노래를 통해 국민들에게 마음의 치유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나도록 ‘공전’하고 있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에 대한 분노가 표출됐을 때 힘을 실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오늘 추모제가 끝나고도 끝난 게 아니라 특별법이 제정되고 나서 다시 시작이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들 모두 힘들지만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고 우리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끔 모두가 힘을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장훈씨는 이날 저녁 추모 문화제를 앞두고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보미양과의 듀엣으로 부른 거위의 꿈 뮤직비디오 영상을 미리 공개했다.

김씨는 “이 노래가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또 슬픔에 젖어 있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위로보다, 수백가지 공허한 대책보다 큰 울림으로 위안이 되기를 소망한다”며 “보미도 생전에 못 이룬 꿈이 이뤄졌으니 하늘나라에서 기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는 “오늘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100일 추모 문화제에서 보미와 이 노래를 함께 부를 생각에 설레기도 먹먹하기도 하다”며 “(나는) 미리 보고 다 울어 놓아야 무대에서 노래를 그나마 할 수 있을 듯해 관객들도 미리 다 울고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추모)모임이 100일이나 지나 점점 잊혀져가는 세월호(문제 해결)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이렇게 ‘민초’가 뭉쳐야 ‘군중’이 움직이고, 결국에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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