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다소 수그러들었던 ‘의료민영화’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찬반)의견수렴 마감(22일)을 기점으로 네이버 등 포털에는 ‘의료민영화’ 등의 검색어가 상위권에 올랐고,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에도 탄력이 붙었다.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24일 “22일 하루 동안 무려 60만여명이 서명에 동참, 범국본이 진행 중이던 ‘의료 민영화 저지 백만 서명운동’의 목표치를 훌쩍 넘어 150만명에 달하는 서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서명 사이트 : http://me2.do/G4mdE30s]

이처럼 많은 이들이 ‘의료민영화’를 반대하지만, 실상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자세히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의료민영화 반대’ 논리와 근거를 알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미디어오늘이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이 만든 10문10답을 짧게 요약했다.

영상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범국본이 제작한 영상을 추천한다.

 
1.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법인의 자법인(자회사)’ 허용은 무엇인가요?

박근혜 정부는 병원에 ‘영리 자회사’를 허용해 경영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합니다.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 영역을 늘려 장례식장, 주차장은 물론 진료와 직결된 의료기관 임대, 의료기기 및 의료용품업 등도 허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심해지고 있는 병원들의 영리행위는 ‘의료기관을 비영리 법인으로 제한’하는 의료법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로 버티고 있습니다. 병원이 번 돈은 다시 병원에만 쓰도록 규정한 것이죠. 하지만 정부는 이 법을 건들지 않고, 영리 자회사를 허용해 병원이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2. 병원의 부대사업을 확대해 자법인을 만든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지금도 병원들은 진료만이 아니라 ‘진료 외 수익’인 ‘부대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병원 주차장, 장례식장, 매점 등이 부대사업에 해당됩니다. 병원들은 부대사업 범위를 넓혀 달라고 요구했고,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숙박업과 서점 등을 허용했습니다.

현재 의료법은 ‘환자와 병원 종사자들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부대사업으로 제한하고, 의료법 시행령 20조는 ‘비영리법인이 하는 부대사업은 영리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런 규제를 없애고 병원 부대사업을 확대해서 영리행위를 할 수 있는 ‘주식회사’로 만들어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투자활성화 방안’입니다.

   
▲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제작한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3. 부대사업 범위가 확대되고, 영리 자회사가 허용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나요?

병원은 지금까지 직접 운영하던 장례식장, 주차장, 식당을 ‘주식회사’인 영리 자회사에 맡길 수 있습니다.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영리 자회사’는 투자자에게 배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차장, 장례식장 비용의 인상이 예상됩니다.

게다가 정부는 의료기기, 의약품 등 환자치료와 ‘직결된’ 사업까지 허용하려고 합니다. 병원 자회사의 수익이 높아지는 것은 환자들이 병원 내에서 쓰는 비용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병원은 겉으로는 비영리를 표방하지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료공간보다 상품을 판매하는 의료 주식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 병원의 손익 계산서. 제작=보건의료단체연합.
 
4. 병원 ‘자회사 허용’이 왜 의료비 폭등을 가져오나요?

정부가 추진하는 부대사업 확대 범위는 병원건물 임대,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식품, 헬스장, 온천장 등 너무 넒습니다. 특히 치료효과는 검증된 적이 없지만, 의사가 처방하면 환자가 따를 수밖에 없는 치료들과 온통 얽혀 있습니다. 수(水)치료, 아로마 테라피 등입니다.

병원에서 환자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들은 의사가 처방하는 검사나 치료를 거부할 수도 없고, 질문도 잘 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화장품과 식품, 의류까지 자회사로 수익을 남긴다면 병원은 불필요한 상품을 더 많이 강매하게 되고,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병원에서 구매하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병원 이용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은 '의료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이 목표치를 초과해 약 150만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미지=무상의료운동본부 사이트 갈무리
 
5. ‘자회사 허용’은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은 영리병원으로 가는 수순이 아니라,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과 같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영리병원’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많은 것을 의식해 ‘자회사’라는 꼼수를 부렸을 뿐, 병원의 ‘주식회사 소유’는 영리병원 허용과 마찬가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는 일부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전환시키려 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한국의 모든 병원을 사실상 영리법인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병원들이 모든 것을 통해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전면적인 의료민영화 조치입니다.

   
▲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55% 수준이다. 이미지=무상의료운동본부 사이트 갈무리.
 
6. 건강보험은 그대로 유지가 된다는데, 그래도 국민 부담 의료비는 증가하나요?

건강보험의 역할은 국민들이 병원에 갔을 때 치료비를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보장률이 55%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부대비용’으로 내야 하는 돈이 많습니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그리고 비보험 치료비는 다 병원에 직접 또 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우리나라 개인병원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면 1년에 7천억원에서 2조2천억원 정도 의료비가 더 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만약 병원의 절반만 영리병원이 돼도 최소 약 20조원의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건 모든 병원이 영리법인이 되는 방안입니다.

7. 병원 자회사의 수익은 병원에 재투자해 서비스 질이 좋아진다는데 맞나요?

아닙니다. 자회사의 이익을 병원에만 재투자한다면 자회사의 주주들이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배임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회사의 수익은 외부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회사를 통해 병원의 수익이 빠져나가 오히려 병원 의료서비스 질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병원 자회사의 수익은 곧 환자들의 병원 이용비용 증가를 의미합니다

   
▲ 보건복지부는 "정부도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고 홍보한다. 이미지=보건복지부
 
8. 박근혜 정부는 왜 의료영리화,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하나요?

재벌과 부자들에게 돈벌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에게 새롭고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주려는 것이 정부의 목적입니다. 경제위기 때문에 재벌들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엄청난 사내보유금을 쌓아두고 있습니다(2013년 2분기 10대 그룹 사내보유금 477조원). 박근혜 정부는 살림살이가 어려워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의료나 철도, 가스, 물 같은 공공서비스를 재벌과 기업주들에게 넘겨주려고 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보건의료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평균 9.1%라는 매우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 보건의료 분야의 ‘민영화 조치’가 포함된 이유입니다. 부자와 재벌들의 경제성장을 위해 환자들을 쥐어짜는 것, 이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 의료민영화의 실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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