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이 사람들 지금 뭐하는거야?”
“배타고 나가서 아직 집에 안 온 사람들 빨리 오라고 이름 부르는거야. 지연이도 아빠랑 오빠 얼른 집에 돌아오라고 불러. 크게 불러”
“응 권재근 돌아와”
“오빠도 돌아오라고 불러야지”
“응 오빠 돌아와”

세월호 100일, 지연이네 가족이 다시 팽목항을 찾았다. 다섯 살 지연이는 천진하게 고모에게 물었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던 고모는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결국 눈물이 터졌다. 지연이네 가족은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막내 지연이만 단원고 학생들에 의해 구출됐고 엄마, 아빠, 오빠는 구조되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오빠와 아빠가 배 안에 있다.

2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서 ‘기다림의 100일’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전남 진도군 대책위원회가 함께 준비한 이 날 행사에는 진도고 학생, 세월호 참사 유가족, 실종자 가족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진도고 학생과 교사는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학생, 교사, 일반 승객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 세월호 100일째인 2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서 ‘기다림의 100일’ 행사가 열렸다. 사진=이하늬 기자
 

   
▲ 세월호 100일째인 2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서 ‘기다림의 100일’ 행사가 열렸다. 사진=이하늬 기자
 
   
▲ 세월호 100일째인 2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서 ‘기다림의 100일’ 행사가 열렸다. 사진=이하늬 기자
 
진도고 학생은 편지에 “너희들이 떠나간 지 100일이 지났구나. 평소 느리게 가던 시간이 지금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너희들이 그토록 두 발로 밟아보고 싶었던 이 지상에서 오늘을 너희와 같이 살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몇 십 년 뒤 하늘에서 이 편지를 인연으로 너희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싶다”고 썼다.

진도고 차영주 교사는 단원고 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걱정하지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먼저 입히고 다시 선실로 들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이 마지막 하늘 길이 돼 버렸습니다”라며 “100일, 100년이 지나도 당신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실종자 가족과 행사 참가자들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희망하는 노란 풍선 100개를 하늘로 날리고,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행사를 마쳤다. 하지만 세월호 100일째인 이날 기상이 나빠져 실종자 수색이 중단됐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바람이 점차 강해져 수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태풍 '너구리' 이후 벌써 7월에만 두 번째다.

실종자 가족들은 팽목항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어보였다. 몇몇 가족은 구석진 곳에서 바다만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고 단원고 학생 아버지들은 한 곳에 모여 담배만 피웠다. 한 아버지는 “눈물이 나서 팽목항에는 안 오려고 하는데, 오늘 또 울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색도 중단한다는데 오후 브리핑 들을 필요가 뭐가 있겠나”며 다시 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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