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이 지났다. 하지만 100일 전 ‘세월호 이후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언론이 있었는지 무색할 정도로 언론은 바뀌지 않았다. 이날 세월호 100일 관련 기사를 충실히 다룬 곳은 한 손에 꼽고도 남을 만큼 적었다. 대신 지면은 경제활성화 대책만을 외친 박근혜 대통령 위주로 채워졌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유 전 회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25년 경험과 직을 걸고 유 전 회장이 맞다”고 강조했지만 명확한 사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법무장관과 경찰청장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 내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경제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전 경제활성화 대책과 달리 ‘가계’에 방점을 찍은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실효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다음은 25일자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불신의 유병언 수사 여당도 검·경 인책론>
국민일보 <정부 ‘새 경제 실험’ 통할까>
동아일보 <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압박>
서울신문 <내수 살리기 ‘41조 승부수’>
세계일보 <경제 살리기 ‘41조+α’ 푼다>
조선일보 <‘家計소득 늘리기’ 올인…내수 깨운다>
중앙일보 <기업보다 가계…성장공식 뒤집다>
한겨레 <유병언에 책임몰다 부메랑 맞은 청와대 세월호 진상규명 외면하는 새누리당>
한국일보 <黃법무·검경 수장 문책론 비등>

세월호 참사 100일… 그동안 잊은 것은

24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25일자 신문은 1면이 확연하게 나뉘었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9개 중 세월호 참사 관련 꼭지를 1면 머리기사로 올린 건 3곳에 불과했다. 다른 언론은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경제대책에 집중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과 종합면 등 8개 면을 할애 <세월호 100일, 달라진 게 없다>를 주제로 세월호 이후 다양한 사회 단면들을 짚어냈다. 경향신문은 특히 <세월호 100일에도 침묵한 ‘망각 대통령’>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00일에 대한 언급 없이 경제살리기에만 집중한 데 대해 질타했다.

   
▲ 경향신문 12면.
 
경향은 “정부가 경기부양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면서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망각 대통령’ ‘망각 정부’라는 비판도 야권에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도를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대신 정 총리를 ‘정치적 대리인’이자 ‘방패막이’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청와대의 침묵에 대해 “청와대가 ‘유병언 늪’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참사 책임을 상당 부분 떠넘길 수 있을 것으로 봤던 유 전 회장이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청와대가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또 다른 책임론을 더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유병언 검거로 세월호 국면을 돌파하려던 시도는 그가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오히려 청와대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형국”이라며 “허탈한 ‘유령 추격전’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무능과 무책임한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박 대통령은 이제 검경 수뇌부 책임론에 대해 답을 해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선일보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치면에서 정치권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 지연을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쟁점을 “수사권 부여 문제에서 이번에 배상·보상과 유가족 지원 문제로 옮겨붙었다”며 새정치연합이 발의한 특별법안의 지원 내용을 천안함 희생자와 꼼꼼히 비교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기사 전반을 보상 배상 논의로 채웠을 뿐 유가족이 요구하는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사법체계 근간을 흔든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야당은 물론 법조계까지도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병언 수사, 여당 내에서도 검경 문책론 제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와 관련해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면서 해당 인사들의 문책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도 한 목소리로 수사라인 비난에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의 말을 인용, “수사 및 지휘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 <매실밭서 스쿠알렌 먹는 노숙자?… 기본도 관심도 없었던 수사> 제목의 기사에서 “검경이 타성에 젖어 수사의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경찰과 검찰은 ‘노숙자로 보인다’는 이유로 건성건성 의례적인 조치만 취해 40일간 수사력을 낭비했다”고 맹비난했다.

경향신문도 1면 머리기사에서 “새누리당이 이날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유 전 회장을 장기간 검거하지 못한 검경 수사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집권여당 수뇌부가 검경수사 지휘라인의 인책론을 공식 언급함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문책성 인사가 잇따를 것”으로 관측했다.

   
▲ 조선일보 2면.
 
세계일보는 “하지만 책임지는 모양새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며 “유 회장 검거 과정에서 빚어졌던 ‘촌극’으로 인해 우리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초래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 책임은 보다 윗선이 짊어져야 한다는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검사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수사 기관의 조사결과 자체를 불신하는 것으로 우리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 벌어졌는데 검경 수뇌부는 수사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선에서 파장을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으니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국회 안전행정위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이 맞느냐”는 질문에 “과학적으로 100% 유병언으로 확신한다”며 “(원장)직을 걸고 책임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변사체가 유 전 회장 이복동생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서 원장은 “동일 모계를 확인하는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서 형 병일씨와 형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변사체의 빠른 부패 속도에 대해 서 원장은 “25년 법의학 경험으로 볼 때 유 전 회장이 없어진 기간에 합당한 (훼손 정도의) 시신”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 원장은 ‘백골화’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며“다른 부분 근육이 남아있어 백골화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부패가 시작되면 동물이 파먹거나 해서 변형을 일으키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사후 손괴”라고 정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 경제활성화 시동… 빚쟁이 늘리기냐 다주택자 차별 완화냐 가치 싸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눈물을 흘렸던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발생 100일째인 24일 경제활성화에 집중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기를 다시 확실하게 살려내려면 관건은 투자다. 투자를 가로막는 나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국민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규제완화를 강조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한 41조원 투입 △소비진작을 위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2년 연장 △기업의 사내보유금에 대한 추가 세금 부과 △임금과 배당 상승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정규직 전환 기업에 대한 임금 지원 △주택담보인정비율(LTV)는 70%, 총부채상환비율(DTI) 60% 단일화 등이다.

   
▲ 한겨레 5면.
 
언론 성향에 따라 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경향신문은 정부의 경기부양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럽다”며 “내수 활성화의 근본 처방인 가계 소득 해법은 외면한 채 효과도 불분명한 근시안적 미봉책만 나열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경제활성화 중점이 기업에서 가계로 넘어왔다는 점에 의미를 뒀지만 결국 가계 활성화 대책이 ‘빚내라’는 점으로 귀결되는 데는 비판적이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을 통해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모든 정책수단이 망라돼 있다”며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실패한 기존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특히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가계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더 많이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며 “동시에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소인 가계부채 증가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번 경제 정책이 기업보다 가계 소득 증대 등에 방점을 찍었다고 평가하면서 “결국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국민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경제 성장론 강조로 결론을 맺었다.

중앙일보는 새 경제팀이 내놓은 정책의 장밋빛 미래를 펼쳐 놓다가 기업의 사내유보금 과세나 비정규직 고용제한 등의 효과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미비점을 보완해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또 실질국내총생산(GDP) 7분기만에 최저치를 찍은 원인으로 ‘세월호’를 지목했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경제충격 현실화…2분기 성장률 0.6% 그쳐>에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2분기 경제성장률을 크게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GDP 속보치가 7분기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며 원인으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로 4월 중순 이후 여행, 유흥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우려됐던 ‘세월호 쇼크’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목했다.

기동민 사퇴 후 정의당 줄줄이… 사실상 야권연대에 표심은 오리무중

야권연대는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서울 동작을)의 사퇴로 시작됐다. 기 후보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지지를 밝히며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후 약 3시간 후 천호선 정의당 후보(경기 수원정)가 같은 자리에서 기 후보의 사퇴를 보고 결심했다며 자신 또한 사퇴 뜻을 밝혔다. 천 후보는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박광온 새정치연합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고 약 1시간 후 이정미 정의당 후보(수원병)도 잇달아 사퇴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출마한 지역이다.

   
▲ 서울신문 1면.
 
제1야당과 정의당 후보의 잇단 사퇴로 수도권 판세 역시 안개 속에 놓이게 됐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성사된 사실상의 야권연대로 서울 동작을에서는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노회찬 후보 간 2강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나 후보가 다소 앞서있다는 평가다.

경기 수원정의 박광온 후보와 수원병에 출마한 손학규 후보의 지지율도 ‘야권연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까지 맞물려 판세는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게 됐다.

국민일보는 새정치연합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선거 결과가 15석 중 (새누리당) 8대 (새정치연합) 7 정도로 비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문제는 유권자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라며 지난 6·4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를 예로 들었다. 당시 선거 막판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오히려 보수층이 결집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고 국민일보는 전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서는 진보정당의 반복되는 ‘알박기 공천’ 행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야권 관계자 말을 인용해 “자력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없으면서 새정치연합을 겁박하는 방법으로 1~2석을 얻어내는 고루한 방식의 단일화가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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