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각 방송사들이 집중 보도를 했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을 톱뉴스로 내보냈다. 세월호 관련 소식은 고작 4꼭지였다. 타 방송사와 비교하면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MBC 내부에서는 “MBC가 세월호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MBC는 24일 10번째 뉴스 <진도 팽목항 100일의 기다림>, 11번째 뉴스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행사>, 12번째 뉴스 <관광객 끊기도 수산물 반품>, 13번째 뉴스 <세월호 교훈 안전은 개선됐나?>에서 세월호 소식을 다루었다. KBS ‘뉴스9’는 12꼭지, SBS ‘8뉴스’는 8꼭지로 집중 보도했다.

   
▲ MBC 뉴스데스크 24일자 보도 (사진 = MBC)
 
제목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MBC는 △정부의 부실한 초동대처 △청와대 책임 회피 △사고 당시 아이들 영상 △유가족 인터뷰 등 이날 타 언론이 심도있게 다룬 뉴스를 외면했다. 특히 정부에 대한 비판 리포트는 MBC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MBC가 정부·여당에 얼마나 편향적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압권은 11번째 뉴스였다.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을 맞아 서울광장에서는 ‘네 눈물을 기억하라’는 이름으로 예술인 추모 공연이 열렸고,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박 2일 도보행진을 끝마쳤다. 한국 불교종단협의회와 천주교 정의사제단도 추모 행사를 할 만큼 사회 각계 각층이 세월호 참사 100일에 주목했다. MBC는 이 소식을 20초 단신을 처리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피해 가족 2백여 명은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안산분향소에서 서울광장까지 1박 2일 도보행진을 했습니다. 한국 불교종단협의회는 조계사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를 열었고, 천주교 정의사제단도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여는 등 추모 행사가 잇따랐습니다.” (걸린 시간 22초)

24일 오전까지만 해도 리포트로 제작하기로 돼 있었던 이 뉴스는 데스크 과정에서 ‘단신’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소식은 20초 단신처리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낚시와 안마를 할 수 있다는 뉴스(<스마트폰으로 낚시·안마>, 24번째), 양파 효능을 전한 뉴스(<‘둥근 불로초’ 양파의 효능>, 25번째)는 1분 30초를 가득 채웠다.

   
▲ MBC 뉴스데스크 24일자 보도 (사진 = MBC)
 
MBC는 지난 18일 26번째 뉴스(‘세월호 실종자 1명 추가 수습’)에서도 해당 소식을 20초 단신으로 처리했다. “세월호 실종자를 수색 중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오늘(18일) 3층 식당칸에서 조리사 56살 이 모 씨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실종자 시신이 추가로 수습된 것은 지난달 24일 단원고 여학생이 발견된 이후 24일 만이며, 현재 남은 실종자는 10명이다”라는 배현진 앵커 멘트가 리포트 전부였다.

MBC 내부에선 ‘MBC 경영진들이 세월호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맹비난이 나온다. 한 MBC 기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세월호 ‘세’자만 나와도 데스크들은 누락시키기 바쁘다”며 “세세한 부분까지 리포트가 잘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자는 “(경영진들이) ‘세월호 노이로제’ 걸린 것 같다”며 “뭐만 하면 축소하고 삭제한다. 그러다 보니 기자 발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차피 발제해도 내보내지 않을 테니까. 기자들이 발제를 하지 않게 된다. 공영방송이 이렇게 망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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