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회장의 은신처에 대한 제보 전화를 받고 검찰과 경찰이 경찰관까지 파견해 진술을 들어놓고 태도가 돌변해 제보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 전 회장에 대한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 나오면서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일권(45)씨는 지난 6월 초순경 인천지검과 인천광역수사대에 전화를 걸어 금수원 내부의 폐열차 지하 벙커를 수색하면 은신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으로 제보 전화를 했다. 그리고 경찰은 정씨의 제보 내용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듯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정씨의 자택에 경찰관까지 보내 진술을 받아갔지만 돌연 '수사를 방해마라'고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정씨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6월 12일 검찰과 경찰이 금수원 내 은신처를 수색하고 이틀 후에 전화에 은신처 가능 공간에 대해 제보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처음 인천지검 한 검사와 통화에서 폐열차 수집광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이 20억원을 들여 120대의 폐열차를 전국 5곳에 분산시킨 것을 두고 폐열차는 지하 벙커 출입구를 가리기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5곳에 대한 동시 수색과 폐열차 아래 지하벙커를 조사해봐야 한다는 내용으로 제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사는 정씨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수색을 고려해보겠다면서 경찰관 2명을 정씨의 집으로 보내 진술까지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경찰관 2명은 정씨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 소재 파출소 소속이었다고 전했다.

정씨는 인천광역수사대 소속 한 형사도 자신의 의견을 듣고 참고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인천지방경찰청에는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한 광역수사대 TF팀과 경찰청 TF팀이 마련돼 있다. 

그런데 당일 오후 인천지검의 다른 검사는 '수사에 혼선을 주지 마라'며 태도가 돌변했다고 정씨는 주장했다. 인천광역수사대 다른 형사 역시 '이미 금수원 쪽은 압수수색을 모두 끝마쳤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전했다. 검찰‧경찰이 정씨의 제보 내용을 신빙성이 있다고 봤는데 불과 몇시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정씨는 유 전 회장이라고 경찰이 발표한 사체가 발견되기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하며 검찰, 경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 유병언 전 회장
 

특히 은신처 정보에 대한 신빙성과 별개로 경찰관까지 파견해 진술까지 받아가 놓고 태도가 돌변한 것을 두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당일 오전까지는 좋은 생각이라며 수사를 해보겠다고 했는데 오후에 왜 수사에 혼선을 주느냐고 하는 것을 보고 금수원 내부를 진짜 수색한 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관련 제보 전화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인천지검과 인천지방경찰청에 문의한 결과 확인을 시켜주지 않거나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아는 직원이 없다. 워낙 많은 직원이 파견 나와있어 정확한 직원의 이름을 모르면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4일 한 시민도 순천 별장의 비밀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제보를 했는데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한 순천시민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긴 어렵지만 오전에 TV에서 ‘검찰이 유병언 은신처를 급습했으나 놓쳤다’는 뉴스를 본 뒤에 오전 9시께 순천경찰서 정보과와 인천지검에 각각 전화를 걸어 ‘비밀 공간’ 존재 가능성을 제보했다”고 전했다.

시민은 "TV에서 ‘유병언이 머문 방을 며칠 전에 목수가 수리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비밀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곧바로 114에 문의해 번호를 알아낸 뒤 순천경찰서 정보과에 전화를 걸어 ‘유병언의 방만 검색하지 말고 다른 방이나 벽을 잘 살펴봐라. 벽을 두드려보면 소리가 다르니까 ’비밀 공간‘을 찾아낼 수 있다’고 제보했다”고 말했다.

시민의 제보대로라면 검찰과 경찰이 유력한 은신처 공간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준 것이고 유 전 회장을 검거할 가능성이 높았던 셈인데 이를 묵살해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수색 과정 순천 별장의 비밀공간을 발견하지 못한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떠난 후 2층 통나무벽 안쪽에 유씨를 숨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3평 정도의 공간을 찾아냈다. 수색 당시 시민 제보를 바탕으로 비밀 공간을 샅샅히 수색했다면 손쉽게 검거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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