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소장 김명준)가 25일 개관 12주년을 맞아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을미디어’ 사례를 공유하고 마을미디어의 전망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마을미디어 사업은 지난 2012년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체제 하에서 시작한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미디어 사업은 그 이전의 다양한 실험과 실천들로 인해 가능했다.

80~90년대의 수신료 거부운동, 노동현장에서의 독립영화 제작운동, KBS <열린채널>이나 RTV 등 시청자의 방송 주권과 참여를 명시한 퍼블리액세스 채널의 등장, 지역공동체 라디오 사업 등이 ‘마을미디어’ 이전에 존재했다. 수용자, 나아가 지역주민이 미디어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은 마을미디어의 선구자였다.

   
▲ 25일 오후 홍대 미디액트에서 ‘전국 마을미디어 팔도유람: 마을미디어의 현황과 과제’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사진=미디액트 제공
 
서울의 마을미디어사업은 서울마을미디지원센터 등 미디어교육기관들이 지역주민들을 교육하고, 지역주민들이 마을미디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서울에서 현재 30여개의 지역에서 마을라디오, TV, 신문, 동아리 등을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창신동라디오 ‘덤’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덤’에서 활동하는 조은형씨는 “우리 동네는 작은 봉제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박봉에 힘든 일을 하는 서민들이 어떻게 하면 내 삶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마을미디어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영상제작은 너무 노동집약적이라 진입장벽이 있었다.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라디오를 들으면서 일을 많이 하는 걸 보고 라디오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창신동 라디오 ‘덤’은 멤버 4명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4주 1회씩 돌아가면서 진행한다. 동네 청소년들이 기술교육을 받고 방송제작에 동참한다. ‘덤’은 봉제공장에 스피커를 배포해 스마트폰과 연결해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거리에서 공개방송을 진행하는 등 지역주민들에게 라디오를 알리는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8일 탄생한 성북마을방송 ‘와보숑TV’는 기획제작팀 9명, 조직운영팀 7명 등 22명의 미디어교육 수료생들로 구성돼 있다. 마을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과 정보를 제공하는 <성북마을뉴스>, 마을 공동체 활동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마을 포커스>, 개성 있는 주민들을 찾아가는 <마을 영상 잡지 빌리진>, 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등을 제작하여 유투브와 페이스북, 성북마을만들기 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에 업로드한다. 개국 이후 60개가 넘는 동영상과 콘텐츠가 업로드됐다.

와보숑TV의 운영책임자 김현미씨는 “성북구는 경제적 격차가 심한 동네다. 재개발이 안 된 곳에는 혼자 사는 노인들도 많은데 또 한 편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른다”며 “대학도 많고 큰 병원도 많고 살기 좋은 동네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 갈등 구조가 있다. 이런 깊이 있는 내용들도 담아 두고 두고 봐도 가치 있는 영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구 성서공동체 FM은 올해로 10년을 맞는 ‘역사가 있는’ 마을미디어다. 2005년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정수경 성서공동체 FM 이사장은 “10년 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말했다. 성서공동체 FM은 방송 콘텐츠 제작 외에도 단행본 출간, 횡단보도 신호등 달기, 재래시장 살리기 운동, 구의회와 지역주민 연결하기 등등의 활동을 했다.

정수경 이사장은 “생산자가 곧 수용자이고 수용자가 생산자라는 것이 마을미디어의 매력이고 이 매력만 쥐고 놓지 않는다면 방송이 한 달에 한 번 나오던 일주일에 한 번 나오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역주민이 방송과 영상을 통해 공론의 장에 나오는 것, 이 자체가 미디어”라며 마을미디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마을미디어의 가장 큰 과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양승렬 동작공동체라디오 방송국장은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가장 현실적이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참여라는 공익성을 추구하는 비영리마을방송국들이 수익구조를 창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며 “서울시의 예산지원을 일부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는 충분하지 못하며 마을미디어를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의 입장은 지원 후에는 각 단위들의 자립을 전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후원회원을 조직하라거나 광고수입을 만들어보라는 이야기들이 가장 흔하게 들리는 ‘해법이지만 주파수도 없이 작은 규모의 개별 마을방송이 이 현실을 돌파하기엔 그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 25일 오후 홍대 미디액트에서 ‘전국 마을미디어 팔도유람: 마을미디어의 현황과 과제’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사진=미디액트 제공
 
윤혜숙 성남미디어센터 과장은 “성남의 경우 지역에 교사 역할을 맡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교육기관에서 교사를 파견한다. 그러다보니 지역결합력 떨어지고 마을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니, 어려움이 있다”며 “지역에 자리 잡은 ‘선수’들을 찾아내고 키워내는 것,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마을미디어사업이 해야 할 주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윤 과장은 “성남에 2008년 개국한 마을라디오가 있었다. 개국 당시에는 언론도 많이 나오고 그랬는데 올해 문을 닫았다. 3년 간은 지원해주는 금액도 컸는데 그 이후에는 자립해라는 식이었다”며 “다음단계로 도약하는 데 있어 마을미디어들이 처한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을미디어가 ‘지속가능성’이란 과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성공한 지역신문’을 참조할 수도 있다. 황민호 옥천신문 전 편집국장은 “억울한 일이 너무 많은데 기자들이 멀다고, 인구 5만 명의 옥천에는 안 온다. 우리도 똑같이 수신료 내는데 언론에는 서울 뉴스만 나온다”며 “그래서 우리 목소리를 갖기 위해 옥천 주민들이 돈을 내서 신문을 만들었고, 23년 간 생존하며 현재 유료독자 4천명을 확보하고 있다. 옥천 가구 수가 2만 명이므로 4천부면 대박”이라고 말했다.

황 전 국장은 “조선일보보다 얇은 16면 짜리 신문을 조선일보보다 비싼 1500원을 주고 사서 보는 이유는 옥천신문 뉴스는 네이버나 구글에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기 때문이다. 옥천신문은 독자들이 부르면 바로 달려가 취재한다”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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