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장관급 ‘인사참사’를 겪은 후 25일 대대적인 차관인사를 단행했지만 일부 인사들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2기 내각 차관인사에서 고용노동부 차관으로 임명된 고영선 전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반값 등록금’ 정책이 “과잉 교육을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리조차 부정하는 주장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 차관은 지난 2012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본부장 재임 시절 발표한 ‘견실한 경제성장과 안정적 사회발전을 위한 정책제언’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대학생들의 교육비 경감을 위한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불필요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뿐 아니라 과잉 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대학교육은 그 혜택을 대부분 학생 본인이 가져가기 때문에 공적 지원의 필요성이 낮으므로 가계 부담이 크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며 “교육기회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나, 반값 등록금은 대학 투자를 저해하고 대학졸업자의 비중을 늘려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최근 인문·예·체능 학과 폐지 등 대학사회에서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 추진에 대해서도 “교육 서비스 개선을 위해 과감한 대학 구조조정 추진과 학내 구조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정원을 축소하고 높은 학과는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임 장관과 차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고 차관은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광범위한 비공식 부문의 존재로 평균적인 유연성이 높은 편이나, 공식 부문에서는 정규직의 과보호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정부는 과도한 고용보호를 축소하고 동시에 노조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2015년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고 지난 2월 대국민 담화에서도 “비정규직 해고 요건을 강화해 고용보호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고용노동부 차관 인사의 적격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심지어 고 차관은 고용과 노동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기업 고용은 결국 기업의 수익성과 고용비용에 의해 결정돼 예컨대 미국 선벨트(sun belt) 지역의 부흥에 있어 낮은 인건비와 낮은 수준의 고용보호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는 등 지나치게 기업 편향적인 관점을 보이고 있어 향후 노동계와의 마찰도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이번 2기 내각 차관인사에 대해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일부 인사들은 대통령직인수위 출신에 더한 졸속 인사로 보여 과연 적임자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특히 고용노동부 차관으로 임명된 고영선 전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사회부처에 대한 개념과 경력이 전무한 분이고 평생 경제 분야에서만 일해 온 분인데, 고용노동부 차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고용노동부는 노사 간 갈등을 조율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정책 방안을 설정하고 실천해야 하는 주무 부처임에도, 고용노동 업무에 대해 아무런 검증조차 되지 않는 인사를 내정했다”며 “이는 사회부처의 역할과 책임, 노동의 문제를 바라보는 박근혜 정부의 편협하고도 왜곡된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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