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씨 장남 유대균씨가 도피 98일 만에 잡혔다. 대균씨는 검거될 때까지 아버지 유씨의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균씨 검거로 난항을 겪던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병언씨로 추정되는 사체를 두고 국립수사과학연구원이 시신은 유 전 회장이 맞지만 사인을 규명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유병언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26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유병언 장남 대균씨, 도피 98일 만에 검거>
국민일보 <유대균, 용인서 잡혔다>
동아일보 <유병언 장남, 수배 73일만에 잡혔다>
서울신문 <유병언 장남 대균검거…아버지 죽음 안 믿었다>
세계일보 <유병언 장남 잡혔다>
조선일보 <붙잡힌 유대균 “아버지 사망 몰랐다”>
중앙일보 <유대균 검거…“아버지 사망 몰랐다”>
한겨레 <유병언 부패주검 낱낱이 공개 불신정부‧의혹사회의 ‘민낯’>
한국일보 <시신은 말이 없었다…유병언 死因 미궁에>

유대균, 98일 만에 검거…세월호 책임을 물을 수 있나

유병언 전 세모그룹의 장남 유대균씨가 25일 검거됐다. 도피 98일 만이다.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던 ‘신엄마’ 신명희씨의 딸이자 대균씨 호위무사로 알려진 박수경씨도 함께 붙잡혔다. 유씨는 아버지와 공모해 세모 계열사들로부터 5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명수배된 바 있다.

인천지검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25일 7시 경 경기 용인시 상현동의 한 오피스텔 7층에 숨어있던 대균씨와 박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오피스텔은 대균씨의 측근 하모씨 여동생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방경찰청은 하씨 여동생을 앞세워 오피스텔을 급습했고, 약 1시간의 대치 끝에 대균씨와 박씨를 붙잡았다. 동아일보는 “경찰이 “문을 부수겠다”고 경고하자 오후 7시 6분 대균 씨가 스스로 밖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대균씨의 수행원인 하씨 여동생의 주소지와 휴대전화 요금청구지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고 현장 잠복 과정에서 사람의 출입 흔적이 없는데도 전기·수도가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검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균씨는 휴대폰과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아 검거될 때까지 유병언씨의 사망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대균씨는 광역수사대 앞에서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냐”는 질문에 “방금 들었다”고 말했고,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자식의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으로 오는 차 속에서 수사관이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하자 대균씨가 “사실이냐”고 물었고, “사실이다”라고 하자 대균씨가 울먹였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3면
 
대균씨가 검거됨에 따라 유병언씨 사망으로 난관에 봉착했던 유씨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인천지검은 대균씨가 상표권 사용료, 경영자문료 지출 명목 등으로 계열사 돈을 빼돌리고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수사 중으로, 액수는 56억 원이다. 유병언씨 1291억원, 차남 혁기(42)씨 559억원, 장녀 섬나(48)씨 492억원에 비하면 적은 액수로, 유씨 후계자 격인 혁기씨와 달리 대균씨는 계열사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검찰은 대균씨의 횡령·배임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대균씨는 유씨 및 송국빈(62·구속기소) 다판다 대표이사와 공모해 상표권 사용 명목으로 2001년부터 지난 3월까지 매달 매출액의 0.75%씩 총 18억8000만원 상당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고 있고, 2007년 말부터 지난 3월까지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자신이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 5억3000만원을 지급토록 한 혐의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SLPLUS'를 이용했다고 한다. 국민일보는 “검찰은 이 같은 계열사 자금 흐름을 입증할 자료들과 이미 검거돼 재판에 넘겨진 다른 계열사 임원들의 진술 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상표권료 및 고문료, 사진 구입비 등 명목으로 회삿돈 2398억 원을 빼돌려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의 재무 구조를 부실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세월호 불법 증축 및 안전 예산 삭감 등 침몰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며 “검경이 유 전 회장과 함께 대균 씨 검거에 총력을 기울인 이유도 그룹 경영 비리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자녀들 수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균씨를 상대로 한 수사에서 특별히 밝혀질 것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향은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채 발견됐고 계열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던 동생 혁기씨(42)가 미국으로 도피한 상황에서 검찰이 대균씨를 상대로 사고 원인의 전모를 얼마나 밝혀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경영뿐만 아니라 세월호의 매입과 증개축, 운항, 인테리어 공사, 매각 문제 등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유 전 회장 검거에 주력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이미 사망했고, 대균씨가 이 과정에 실질적으로 간여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드러난 것이 없다”며 “대균씨는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19.44%) 등 4개 계열사의 대주주였지만 계열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 경향신문 2면
 
검찰 입장에서는 유병언씨와 관련된 진술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일보는 “유씨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유씨를 직접 법정에 세워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가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대균씨 입을 통해 유씨의 계열사 경영비리 개입 여부, 세월호 불법 증축, 무리한 운항 등을 직접 보고받고 지시했는지 등에 관련된 진술을 확보해야 할 입장”이라며 “해외에 체류 중인 혁기씨나 섬나씨와 달리 대균씨는 국내에서 유씨와 가장 가까웠던 인물 중 한 명이다. 유씨 도주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 대균씨가 알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역시 “대균씨는 검찰 수사 착수 직전인 지난 4월 19일 도피 생활을 시작했지만 아버지 유씨 또는 아버지의 조력자들과 차명폰 등을 이용해 통화했을 가능성도 있어 검찰은 대균씨를 상대로 유씨와의 마지막 통화 시점 및 유씨의 행적을 파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조 안 하고 자꾸 따로 노는 검찰과 경찰

유병언씨 사체 수습 과정에서 공조하지 못하고 엇박자를 보인 검찰과 경찰이 대균씨 검거과정에서도 같은 문제를 드러냈다. 경찰은 25일 7시 15분 경 “대균씨와 박씨에 대해 경찰이 단독작전을 벌여 검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을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사무실로 호송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10분 뒤 인천지검은 기자들에게 “오후 8시40분 인천지검 청사 정문으로 걸어서 들어올 예정”이라며 “검거 내용은 확인한 뒤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반발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검찰의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인천 광역수사대가 먼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은 “결국 경찰은 9시15분쯤부터 10분 정도 먼저 조사를 하고 검찰이 이어 9시35분쯤 두 사람을 인계받아 조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양측의 신경전은 일촉즉발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경향은 “검경이 서로 대균씨 체포의 ‘공’을 독차지하려다 빚어진 갈등”이라며 “앞서 검경은 유 전 회장 수사를 놓고도 사사건건 부딪쳐왔다. 이 같은 검경 갈등에 국민들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지만 검경은 대균씨 검거에서도 같은 상황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자수를 권유하는 브리핑을 하는데 경찰이 은신처로 출동하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강찬우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는 25일 오후 4시 브리핑을 갖고 “대균씨가 이달 안에 자수할 경우 부친 장례 참석 등의 사정을 최대한 참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간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원들은 대균씨가 은신하고 있던 오피스텔로 출동하고 있었다. 국민일보는 “검찰이 경찰로부터 대균씨 은신 정보와 출동 상황을 사전에 보고받았다면 “자수하면 참작하겠다”는 식의 브리핑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국민일보 2면
 
국민일보는 검찰이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휴게소와 은신 별장 급습 작전에 나설 당시 관련 정보를 경찰과 공유하지 않았던 점, 검찰이 휴게소 급습 이후 은신 별장 수색도 단독으로 진행한 점, 검찰이 지난달 26일 별장에서 체포한 신모(33·여)씨로부터 “한 달 전 별장을 덮쳤을 때 유씨가 비밀 벽장에 숨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지만 이 역시 한 달 넘게 경찰에 알리지 않았던 점, 경찰이 지난달 12일 송치재휴게소에서 불과 2.5㎞ 떨어진 지역에서 변사체를 발견했지만 검찰 추적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예로 들며 “검·경의 불통은 유씨 추적 기간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역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과정에서 정보 공유 없이 체포 작전에 나섰다가 실패해 비난을 받았던 검찰과 경찰이 25일 장남 대균(44)씨 검거 작전에서도 '공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유병언 ‘추정’ 변사체, 유병언 맞지만 사인은 모른다?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25일 오전 “순천에서 발견된 시체는 유병언이라는 것은 확정됐으나 사인은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것이 소견”이라고 밝혔다.

유병언씨의 시신이 맞다는 근거는 첫 번째, 치아 사진이었다. 서 원장은 “많은 ‘골든크라운(금니)’가 있는데 이분이 병원에서 정식 치료받은 기록이 없어 병원기록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면서도 “유병언을 치료했던 치과선생이 어떻게 치료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획득해 시신을 확인하러 올 때 어디어디를 치료했다는 것을 미리 우리에게 자료를 줬다”고 말했다. “자료와 시신 상태를 비교했을 때 완전 일치했다”는 것.

서 원장은 부검 결과 머리, 우측 늑연골, 우측 무릎연골, 좌측 4번 늑연골, 우측 무릎연골, 우측 발뒤꿈치근육, 우측 어깨근육에서 나온 유전자와 유병언의 유전자가 일치했다고 설명했고, 왼쪽 두 번째 손가락이 절단된 것이 일치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국과수는 또한 시신의 신장을 측정한 결과 키가 159.22±3.8㎝로, 유 회장의 키인 160㎝ 전후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인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국과수는 다만 독극물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백승경 국과수 마약독성화학과장은 “간과 폐 조직, 근육 등을 감정한 결과 약 성분이나 동물의 독, 마약류 등 특이할 만한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주와 막걸리병에도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향은 “일각에서는 체내에 남지 않는 독극물도 있기 때문에 독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 동아일보 2면
 
질식사나 흉기로 인한 타살 증거도 없다. 목 부위 연골조직과 피부가 남아 있지 않아 확인이 안 되기 때문이다. 폐도 부패해버렸다. 지병으로 인한 사망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유씨의 지병이던 당뇨로 인한 사망가능성에 대해 서 원장은 “당뇨를 진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케톤체류 검사를 했는데, 시신에서는 특별한 걸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몸속 장기들이 부패한 데다 훼손돼 다른 질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분석하기도 어려웠다.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제기됐다. 발표 현장에 참석한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유씨가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 숨진 모습이 찍힌 현장 사진을 보면 저체온증으로 인해 덥다고 착각해 ‘이상 탈의’ 증상을 겪은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과수 서 원장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과수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국과수는 숨진 지 보름된 시신치고 지나치게 훼손됐다는 의견에 대해 “시신을 노천에 방치한 후 열흘 뒤 확인했을 때도 구더기가 크게 증식하면서 유 전 회장 시신과 비슷한 정도로 백골화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신이 제3차가 눕혀 놓은 듯 반듯하다’는 지적에 대해 서 원장은 “사진에 나타난 시신 자세만으로 뭐가 어떻다고 자꾸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다. 시신에 시반(屍斑)이 나타나고 부패가 시작되면서 자세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망 시점에 대한 의혹도 물음표로 남았다. 유씨가 언제 사망했는지가 사망 원인 수사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국과수는 “추정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해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주민 증언 등을 근거로 변사체가 4월에 발견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공은 다시 ‘검‧경’한테 넘어 왔다

유씨 추정 변사체의 사인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검경의 초동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과순 서 원장은 “시신을 발견하고 부검했을 때 수사관들이 보다 철저하게 간이나 근육을 채취했으면 더 빨리 감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은 다시 검경에게 왔다. 중앙일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가 ‘사인 불명(不明)’으로 나옴에 따라 유병언 회장의 최후에 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자연사인지, 타살인지, 아니면 자살인지를 둘러싼 퍼즐 풀기는 유 회장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수사에 달린 셈”이라고 밝혔다.

중앙은 “검찰은 이날 유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큰 유 회장 운전기사 양회정(55)씨와 김명숙(일명 ‘김엄마’·59)씨 등에 ‘자수 땐 불구속’ 카드를 꺼냈다”며 “국과수까지 사인(死因)을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키맨’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중앙일보 5면
 
한국일보 역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원인 규명은 다시 경찰 몫으로 넘어 왔다”며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에서도 유씨의 사인을 특정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나오지 않아 현재 진행 중인 경찰의 재수사만이 유일한 진상 규명 통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한국일보는 “문제는 초동 수사가 부실투성이여서 시신과 현장을 통해 추론할 수 있는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경찰은 지난달 12일 유씨 시신을 발견했을 때부터 ‘무연고 변사자’로 간주해 사체가 유씨일 가능성을 아예 배제했다. 당연히 현장 보존이나 증거 수집이 제대로 됐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유씨 것으로 추정되는 지팡이를 분실하는 등 헛발질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이호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을 빌려 “1차 검시 때 경찰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현장에 법의학자 등 전문가를 동행했다면 다른 의견이 개진됐을 것”이라며 “시신 자체가 늦게 발견된데다 시간도 많이 지나 사인 규명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유병언 주검 사진 대국민 공개, 과연 옳은가

언론들이 유병언 회장 미스터리에 집중하는 사이 한겨레는 조금 다른 시각을 보였다. 유병언 회장 주검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국과수는 유씨의 주검 자료를 여과 없이 노출했다. 서 원장은 “원래 감정 자료나 사진은 공개하지 않지만 사건의 엄중함에 따라 법적으로 문제없는 부분을 발췌해 공개한다”고 말했다. 30여분 가까이 진행된 공개 브리핑에서는 유씨 주검 사진, 이튿날 이뤄진 1차 부검과 지난 22일부터 진행된 2차 부검 당시 사진들이 신체 부위별로 공개됐다.

한겨레는 “25일 오전 시민들은 선명한 고화질로 생중계되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주검과 훼손된 신체를 지켜봐야 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죽음과 그의 신체 사진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부패한 살과 밖으로 드러난 뼈를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않고는 적나라한 무능으로 일관하는 정부와 검찰·경찰 등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감당할 수 없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렇게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현상은 어디에서 왔을까? 검찰·경찰 등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며 “살아있는 유씨를 눈앞에 두고도 놓친 검찰, 죽은 유씨를 40일 동안 못 알아본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현재 바닥”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문제는 날것 그대로를 보여줘도 의혹과 음모론은 가라앉지 않고 여기저기서 확대재생산된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현실에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킬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등 국가기관이 불신을 자초해 의혹을 낳고, 그 의혹이 다시 불신을 증폭·재생산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병리적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자사고->일반고 전환 1년 미뤄져…이유는?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및 폐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2016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조 교육감은 25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진행 중인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2015학년도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2015학년도 자사고 입시는 현행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8월 발표된 평가결과를 통해 자사고 일부를 일반고로 전환시킨다는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조 교육감은 “여러 차례 의견수렴을 한 결과 자사고 정책의 전면 전환과 대대적인 지정취소 의견이 전체적으로 많았다”며 “사실 교육청 차원에서도 (올해 첫 평가를 받는) 14개 학교의 전면 취소를 고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2015학년도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시간 여유를 갖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자사고에 대한 개혁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조 교육감은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도 신입생 전원을 성적 제한 없이 추첨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2016학년도 자사고 입시부터 면접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조 교육감은 자사고 학생의 전출입도 제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자사고가 부적응 학생을 일반고로 전학시키고, 일반고의 우수학생은 수시로 접촉해 전입시킨다는 민원이 많다”며 “1년에 1, 2회로 전출입을 제한하도록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9면
 
한겨레는 이에 대해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첫 째는 시간부족이다. 2015학년도 자사고 신입생 모집요강은 8월13일까지 공고해야 하는데,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자사고 청문 절차와 교육부 협의를 거쳐야 하고 청문을 하려면 늦어도 열흘 전에 해당 학교에 청문 개최 사실을 알려야 한다. 신입생 모집요강 공고 전에 지정 취소를 결정하기엔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

두 번째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함이다. 조 교육감은 전임 문용린 교육감 때 이뤄진 1차 평가와 자신이 취임한 뒤 진행된 2차 평가의 결과가 전혀 달라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세 번째는 ‘소송전’ 대비다. 한겨레는 “‘공교육 영향평가’로도 불리는 2차 평가는 자사고 주변 일반고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 평가지표의 타당성을 두고 논란이 많다. 이 조사 결과를 자사고 지정 취소의 근거로 삼으면 향후 예상되는 소송전에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서울 시민 10명 중 6명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한길리서치에 의해 의뢰해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0.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22.9%로,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시민이 3배 가량 더 많았다.

찬성 이유로는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42.4%로 가장 많았다. ‘입시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서’(27.4%), ‘일반고의 평판과 이미지가 나빠져서’(12.6%), ‘가까운 학교에 못 가고 통학거리가 멀어져서’(8.7%) 등의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 한국일보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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