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으로 묻자. 지금 집을 사야하는가? 아니다. 아니다. 세 번 아니다.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 물론 자기 돈만 가지고 그것도 거주 목적으로 집을 살 사람이라면 주택을 구매해도 괜찮다. 설사 매입가보다 집값이 떨어진다해도 자기가 사는 집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주 목적이건, 투자 목적이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건 경솔하고 위험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산가능인구의 변화추이나 각종 거시경제지표, 주택수급 등을 감안하면 집값이 지금보다 더 하락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큰 틀에서 규정짓는 요소 가운데 가격 상승에 친화적인 것이라고는 낮은 금리 밖에 없다.

글의 초입부터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얘기를 꺼낸 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초이노믹스(일부 언론에서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베껴 네이밍을 한 것 같다) 때문이다. 박근혜가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최경환은 흔히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패키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금리부터 소득주도 성장까지를 망라한 초이노믹스는 경기부양에 올인하고 있다.

문제는 초이노믹스가 명실상부하지 않다는 데 있다. 초이노믹스가 표방하는 소득주도성장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한국사회 최대 현안인 양극화를 일정 수준 완화하여 중산층 및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초이노믹스에는 그런 대책들이 없다. 최경환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기업소득환류세제,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는 실효성이 없거나 현실적으로 대기업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거나 부유층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책들이다.

초이노믹스가 결정적으로 위험한 건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권장함으로써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장정상화 조치들을 거의 해체한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초이노믹스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LTV 및 DTI 같은 금융건전화 장치마저 형해화시키는 등 부동산 투기를 통한 경기부양에 올인하고 있다. 벌써부터 주택담보대출금액이 급증하고 강남이 들썩거린다는 소문이 시장에 돌고 있다.

초이노믹스의 핵심이라 할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먹힌다면 한시적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주택 및 건설 연관 산업들이 기력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착시에 불과할지라도 부의 효과로 말미암아 소비가 조금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인위적으로 키운 거품은 머지 않아 꺼지게 마련이며 거품이 붕괴하며 발생시킬 부작용은 국민경제를 뒤흔들만큼 파멸적일 수 있다.

그럴 듯하게 포장했을 뿐 초이노믹스의 핵심은 부채주도성장과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에 불과하다. 비유컨대 초이노믹스는 목마른 자에게 바닷물을 주는 것,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몰핀을 주는 것과 같다. 일시적인 고통을 멎게 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데다, 더 큰 고통의 원인이 되는 대책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겐 초이노믹스에 현혹되지 않는 안목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 이 칼럼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칼럼입니다 )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