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광화문은 시끄럽습니다. 무심하게 달리는 자동차 소리, 천만 서명운동에 힘을 보태달라는 소리, 불신지옥의 길 잃은 찬송가 소리, 오가는 중국인 관광객 소리.

중국인들은 영화인 천막에 붙어있는 배우 김혜수 님의 얼굴을 알아보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들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시위가 많이 낯선가 봅니다. 무슨 일인지 설명을 드렸습니다. 우리를 도와주려면 귀국해서 현재 한국의 상황을 널리 퍼뜨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겠다고 약속한 중국 여자분에게 한국은 더 이상 '천송이'의 치맥이 있는 나라, 성형이 성행하는 나라가 아니라, 정부가 잘못하면 국민이 바로잡는 나라이기를 바라봅니다. 맘에 안드는 얼굴 고치듯, 병들어 있는 나라 고치는 건 당연한 것일 테니까요. 

청와대를 다녀왔다는 중국 관광객도 있었습니다. 중국인도 관광할 수 있는 청와대, 지금 이 순간 가장 대통령을 필요로 하는 세월호 유가족만 못들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대통령한테는 한 달 넘게 단식한 유민아버지가, 중국 관광객의 뭐가 들었을지 모르는 큰 가방보다 더 위협적인 거겠죠. 국민을 위협의 대상으로 느끼는 지도자와 작금의 형국, 잠자던 하늘님이 조율 한 번 해주시라고 기도합니다.

   
상황을 묻는 중국관광객들에게 설명하는 박유선 프로듀서
 

몇 년 전 용산에서도 참사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시위하는 국민을 때려죽이고, 유가족이 시신을 알아볼 수 없도록 훼손했더랬습니다. 마지못한 합의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 촛불집회로 10만 명을 모았지만,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두 국민의 이야기를 귀 틀어막고 듣지 않았던 지난 정권 때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렇게 세월호 (이는 분명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던 지난 정권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정부를 상대로 원하던 것을 얻어보지 못한 지금의 대학생 세대는, 패배감에 익숙해 더 이상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계속해서 개인의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겠죠. 그리고 나라는 산에서 내려올 줄 모르겠죠. 변하지 않는 이 나라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수학여행도 맘 편히 못가고, 군대가서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 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겠죠.

지금은 8월 30일 밤 12시가 넘은 시각입니다. 여전히 시끄러운 광화문에서는 또 한 가지 소리가 광장에서 밤을 지내는 우리 모두를 잠 못들게 합니다. 

그 소리는 바로 불교신자들과 일반인들이 함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의 삼천배' 소리입니다. 지금 저들이 바싹 마른 입으로 부르짖는 '나무아미타불'이 무슨 뜻입니까..? 천주교 신자인 저는 한 자 한 자 뜻은 모릅니다. 그저 저에게 그 소리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울부짖는 소리, 아이들이 부모를 찾아와 괜찮다 안아주는 소리, 우리 모두가 생중계 되는 살인을 목격한 그날을 잊지 말자는 소리, 또한 염원을 담아 존재하는 모든 신께 기도하는 소리입니다. 그렇게 기적같이 변할 이 나라를 위한 경이의 소리입니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 한영애 <조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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