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비방보도로 논란을 빚은 조선일보에 대해 김씨의 주치의인 이보라 의사는 "조선일보 보도는 말도 안되는 소리이고, 상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7일 <김영오, 농성장서 가까운 강북삼성병원 대신 시립동부병원으로 간 이유는>과 28일 <김영오 주치의(서울동부병원 이보라 과장)는 전 통합진보당 대의원>이라는 기사에서 김씨의 주치의인 이보라 의사의 정당활동 등을 근거로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가 쓰러질 당시 가까운 강북삼성병원을 두고 이보라 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시립동부병원으로 이송된 것을 두고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경찰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씨가 속해 있는 금속노조도 민주노총 산하이니 보건의료노조가 있는 (동부시립)병원에 가면 김씨 상태에 대한 보안 유지나 협조가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이보라 의사가 전 통합진보당 대의원 활동을 했고, 김경일 서울동부시립 병원장이 진보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이보라 의사는 3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선일보의 보도는 상상일 뿐이고 의사와 신뢰 관계에 따라 김씨를 동부시립병원으로 이송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라 의사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으로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의 진료 요청을 받고 지난 7월 19일 처음으로 김씨를 만났다. 당시 김씨는 닷새째 단식 농성 중이었다.

이보라 의사는 당일 일회성 진료를 하러 갔지만 세월호 유족들을 만난 이후 진료활동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마포에 사는 이씨는 광진구에 위치한 병원으로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단식 농성 장소인 광화문 광장을 '풍경 속 그림'으로만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반차를 내고 김씨의 상태를 체크했고 퇴근 후에는 밤 늦게까지 김씨를 살폈다.

이보라 의사는 "김씨가 기흉 수술을 받은 적이 있지만 검사를 받지 못해 폐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고 제가 호흡기 내과 전문의라고 하니까 김씨는 기뻐하면서 저에게 진료를 받겠다고 말했다"며 "저에 대한 신뢰 때문에 제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간 것인데 무슨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제가 근무하는 병원이 보건의료 노동조합 산하라는 것은 전혀 말도 안되는 소리이고 상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세월호 단식 농성 중인 유족 진료 이전에도 노숙인 진료와 독거노인 방문 진료 활동을 해왔다. 이보라 의사는 "이전에도 독거노인을 방문해 아사 직전 상태였던 강동 길동 쪽에 사는 분을 119에 실어서 가까운 병원으로 가려고 했지만 제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모신 적이 있다. 그런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환자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방문해서 봐줬던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하고 싶어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의사는 김씨가 동부시립병원으로 입원한 당일 노동조합과 병원 관계자도 몰랐고 상의한 적도 없었다며 "제가 아는 지인이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한다"는 내용만 알렸을 뿐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서울시립동부병원에서 VIP실을 만드는 것을 반대했는데도 "동부병원은 작년 병원 리모델링을 하며 지금 김영오씨가 입원해 있는 VIP 병실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마치 김씨를 위해 VIP 병실을 만든 것처럼 VIP 병실 문제를 끌어다 온 것이다.

이에 대해 이보라 의사는 "가난한 환자들이 많이 오는데 VIP 병실을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 다른 비용으로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저 역시 반대했다"면서 "하지만 원장은 공공병원이라고 해서 가난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병원의 VIP 병실이 하루 40~50만원 정도의 비용이라면 시립병원 VIP 병실은 일반 병원 1인실 비용과 비슷한 수준인 10만여만원 정도이다. 작년에 만들어진 병실이고 우연히 김씨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28일자 보도 내용.
 

이보라 의사는 "나의 정치색이 세월호 집회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단체들과 맞아 김씨가 서울동부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라며 통합진보당 활동을 문제삼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도 "후회하거나 부끄러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반사람들이 보면 의사가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이 특이하기도 하겠지만 진보정당의 가치가 중요하고 내세우는 정책이 실현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영리화되고 상업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국민의 한사람인 의사로서 의료가 그렇게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진보정당은 무상의료까지 주장해왔다"며 "돈 있는 만큼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회 복지 분야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 진보정당 활동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라 의사는 "사실 저는 세월호 문제가 우리의 큰 문제이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전에도 진료활동을 해왔는데 이렇게 이슈가 된 적이 없었는데 제 신상까지 나와서 당황스러웠다"면서 "제가 아니라 다른 어떤 의사가 김씨의 주치의를 맡았어도 신상이 털렸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우연치 않게도 조선일보 보도가 나오기 전 국가정보원이 이보라 의사 신상을 캐고 있다는 사찰 의혹도 나왔다. 국정원 직원이 김경일 병원장을 만나 이보라 의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이보라 의사는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놀랍기도 했지만 사실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았다"면서 "이렇게까지 언론에 보도될지도 몰랐다. 국정원 사찰 의혹 이후 옛날 진보정당 활동하는 것까지 드러나면서 부담스러웠지만 여전히 후회하거나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보라 의사는 "여러 시민들이나 단체들이 세월호 유족을 지지하고 마음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 정권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세월호 문제는 우리나라의 권력층과 지배층, 정부 여당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문제로 장기전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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