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독설을 퍼붓고 나섰다. ‘대통령 모독’, ‘사법체계 근간 흔드는 일’, ‘법치가 무너질 것’ 등 박 대통령이 그동안 써왔던 표현보다 수위가 높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 “국회의원의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며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세월호 침몰에 따른 304명의 희생자 가운데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책임있는 국가원수의 말이라고 보기 어려운 감정적인 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1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정국이 안정되지 않고 국회가 공전되고 있어서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며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해서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경제회복은 요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서 선택받은 국회와 정치권에선 제 기능을 찾고,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온국민이 하나가 돼서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국회가 제기능과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 이것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한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듯 “더 나아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도를 넘고 있다”며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자신의 사생활 또는 행적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가장 모범이 돼야 할 정치권의 이런 발언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국회의 위상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며 “앞으로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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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를 요구하며 장기간 농성하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54일째가 되는 동안 온 국민이 마음을 다해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의 비통을 함께 나누었다”며 “그동안 대부분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가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저는 진도에서 팽목항에서 청와대에서 유족들과 만나 그분들의 애로와 어려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바탕위에서 진상규명을 하면서 많은 관계자들이 문책을 당했고, 드러난 문제점들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논의는 이런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두차례 거부당한 일을 두고 “합의안이 두 번이나 뒤집히고 그 여파로 지금 국회는 마비상태”라며 “의회 민주주주의 근간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현재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더욱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유가족을 향해 “세월호 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2차 합의안을 두고 “여당이 추천할 수 있는 2명의 특검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요구에 대해 “일부에선 (이를 받아들이도록)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이라며 거부했다. 수사권 기소권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선언이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근본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서 끝없는 반목과 갈등만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서도 “국회의원 세비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며 “만약에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가족과 국민 뿐 아니라 야당에게 ‘수사권 기소권 협상은 안된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천명한 것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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