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관이 냉장고에서 꺼낸 소주병을 들고 식탁에 앉으며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뉴스가 흘러 나왔다.

“서해훼리호 참사 관련 소식입니다. 검찰이 도주한 것으로 판단되는 최 선장과 갑판원 임사공 씨 등 승무원에 대한 지명수배를 내렸습니다. 검찰청에 나가 있는 최배달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조희오와 양대관은 텔레비전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검찰청에서 방송국 기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검찰이 최 선장과 임사공 등 사고 당시 서해훼리호에 타고 있던 승무원 7명 중 상당수가 살아있다는 확증을 잡고 최 선장 등 전원을 전국에 지명수배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생존 승무원들의 증언이 결정적이라고 보고 어젯밤에 Y검사를 반장으로 하는 수사반 4명을 위도로 급파한데 이어 오늘 오전부터 전북경찰청과 군산해양경찰서 수사관 40여명을 증파해서 생존 승무원들의 행방을 찾고 있다고 했다. 승무원 생존 가능성이 98%라고 자부하는 검찰은 임사공의 아들 등을 통해 생존 승무원의 자수를 권유하고 있다고 검찰청에 나가 있는 최배달 기자가 전했다.

“개새끼들!…”

양대관의 목소리가 급변했다.  

“아니 최 선장허고 임사공 씨가 살어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여! 어이구 씨발!…”

맥주잔에 따라 놓은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킨 뒤 양대관이 다시 혼잣말을 쏟아냈다.

“내가 씨부랄, 최 선장허고 한 동네 산지가 수십년이다, 새끼들아! 갑판원 임사공 씬 씨발 내 친구 아버님이라고 새끼들아! 그려서 이 두 양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디, 씨발 고 양반들이 까랑지는 객선서 죽어가는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슬쩍 빠져 나와가꼬 시방 어디로 도망쳐서 숨어 있다고야! 에라이 미친 새끼들아, 헐 일들이 그렇기도 읎냐!… 시방 사람이 멫 명 물속에 수장돼 있는지 확인도 못 허는 새끼들이 엠헌 선장허고 갑판원헌티 화살을 돌려가꼬 여론을 조작헐라고야! 야, 이 돌대가리 개새끼들아, 그럴 정신들 있으믄 씨발 시신을 한 구라도 더 건지는디 신경을 써라, 엉!…”

이렇게 양대관이 흥분한 목소리로 악담반지거리를 늘어놓고 있는 참인데, 김두길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어따 성님, 간뎅이가 얼매나 크간디 대통령 앞으서 말도 참 청산유수로 똑소리나게 잘 허던디, 한나도 안떨립디여?”

오늘 오전 파장금항을 찾아온 영민국 대통령 면전에서 위도 주민들을 대표해 발언한 김두길을 칭찬하는 아부성 인사말이다. 하나 양대관의 말투엔 막 씹어도 큰 탈이 거의 없는 멸치의 뼈 마냥 억세지 않은 가시가 몇 개 박혀 있는 듯 했다.    

“어쩌 안 떨렸것냐, 명색이 대통령 앞인디! 참말로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이 떨려서 나 죽는 줄 알었다!”

“뭐 당사자인 성님이야 그렇기 떰서러 발언을 혔는지 모리것소만 지가 듣기엔 전혀 떨림도 읎고, 또박또박 말도 잘 허던디, 헤헤 참, 역시 두길이 성님은 위도의 인물은 인물입디다 그려!”

“어따 고만해라야, 넘사시롭기 어쩌그냐.”

“알었고만요… 저기 성님, 한 잔 허실라우?”

“아니다 아녀, 있다가 김금수 국회의원허고, 맹철수 도의원이 지풍금 내원암에 같이 좀 가자고혀서 고 양반들 수행을 해야 허는디, 술 냄새 풀풀 풍김서 돌아 댕길 순 없잖여! 그러니 저녁에 말이다, 면사무소 회의 끝나고 한 잔 허자, 내가 한턱 낼테니!…”

 “아니 저녁에 면사무소서 무신 회의가 있는디요?”  “어, 서해훼리호 참사 위도대책위원횔 창립헌다고 허던데, 넌 아직까지 그 소식 못 들었냐?”

“야, 지는 아직 못 들었는데, 희오야 넌 그런 얘기 들었냐?”

“아뇨, 금시초문입니다!”

양대관의 등 뒤에 있는 식탁에 앉은 김두길이 식사를 하고 있는 조희오의 표정을 흘낏 훔쳐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녁 7시에 말이다. 면사무소서 회의가 열린다고허니 어지간허면 희오 너도 나오니라!”

대꾸를 하지 않고 숟가락으로 천천히 국물을 떠먹고 있는 조희오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스치고 지나갔다.   

“근디 희오야! 너 오늘 오전에 뭔 일 있었담서야?”

조희오는 대답 없이 씁쓰름한 웃음을 국물에 타서 후루룩 마셨다.  

“김 순경한테 들었는데,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다고 허던디, 매립지 근처에 매복허고 있던 청와대 경호원들이 널 붙잡아 조칠 취했으니 망정이니 안 그랬으면 너 해외토픽에 나 올만한 큰 사골 칠 뻔 했다고 허던디, 제발 부탁이다만 몸 조심해라, 안 그래도 너 학생운동 전과가 있어서 경찰도 그렇고 검찰도 그렇고 니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모양이던디…”

조희오는 자칫 입 밖으로 새어나올지도 모를 신음을 질겅질겅 씹어 삼킨 뒤 오른손으로 흩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시선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돌렸다. 김두길의 주책없는 입방정에 발끈한 것은 양대관이었다.

“아니 두길이 성님, 야를 협박하는 거요, 뭐요 시방?”

김두길이 성깔이 돋친 눈으로 양대관을 노려보았다. 이에 양대관은 당장이라도 대들 것 같은 어투로 따지고 들었다.  

“성님, 지가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것소?”

“궁금헌게 뭔디?”

“성님은 꿈이 묻이요?”

“뜬금없이 야가 지금 무슨 소릴 허는지 모르겄네!”

“뜬금없는 것이 아니고 말여라우, 오늘 성님이 대통령 앞으서 마이클 잡고 허는 소릴 듣다본께 성님은 도대체 무신 꿈을 꿈서 사는 양반인지 궁금증이 나서 참말로 사람 미치것던디요. 혹시 성님으 꿈은 이 담에 도의원이나 국회의원 출마허시는거요?”

김두길은 면구스러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대통령 헌티 위도 사람들으 현실을 알리고 무신가 하소연을 헌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허요만, 기왕 성님이 위도 사람들을 대표혀서 마이클 잡은 거믄 딱 뿌러지게 무신가는 한마디 혔어야 될턴디, 가만 본게 대통령 귀에 거슬리는 소린 한마디도 안 턴디, 도지사가 시킨 것이요, 군수가 시킨 것이오, 아니믄 국회의원이나 도의원이 당불 헌거요?”

이번에도 김두길은 즉답을 피했지만 그의 눈빛은 양대관을 노리고 있다.  

“가방 끈도 짧고 일자무식인 나 헌티 그런 기횔 주진 않것지만 만약으 날 더러 마이클 잡고 위도 주민들을 대표혀서 대통령 앞으서 한마디 허라고 혔으믄 내가 어떤 말을 했을 것 같으요?”

김두길은 굳은 표정으로 양대관과 조희오의 표정을 핏발이 선 두 눈에 가득 담았다.

“성님은 오늘 대통령 앞으서 뻐기고 자기 자랑허기 바쁘던디, 지가 이 손목시계로 정확허게 재 봤는디, 5분도 안 되는 발언 시간에 성님 학력허고 경력 소개허는디 2분30초 이상을 허비헙디다. 위도면 딴치도서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중학교 1학년 때 전주로 유학을 갔고, 전주서 고등학교 허고 대학을 졸업헌 뒤 공직생활도 허고 사업도 허다가 나이 40대 초반에 정치판에 뛰어 들어 국회의원 보좌관을 혔고, 영민국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직접 만난 것이 서너 차례라고 허던디, 시방 실종잘 구조허는 일이 1분1초가 급한 상황인디 성님 학력허고 경력허고, 또 무시냐 대통령허고 친분을 자랑허느라고 그 귀중헌 시간을 다 허비허다니, 도대체 으떤 새끼가 성님헌티 마이클 잡으라고 헌 것이요?… 대관절 으떤 씨부렁텡이가 성님 팔뚝에 위도주민 대표라는 완장을 채워 줬냐고요?…”

어찌나 먹기가 고약한지 고양이가 그 머리를 입에 물고도 먹을 수가 없어서 석 달 열흘을 울었다는 물고기가 양태다. 위도에서는‘장대기’라고 불리는 이 양태의 가시가 박힌 듯한 쓴소리를 양대관이 거침없이 쏟아내자 김두길의 좌불안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행여 대화 내용이 식당 밖으로 새 나갈까봐 그러는 것 같았다.    “
내 팔뚝에 완장을 채워주고 오늘 위도 주민을 대표혀서 대통령헌티 한마디 허라고 했으믄 난 성처럼 허지 않았을 것이요. 우선은 말요, 위돌 방문헌 대통령 앞으서 굽신거림서 알랑방굴 뀌고 있는 군수, 도지사, 국회의원, 그라고 경찰허고 군발이 새끼들으 잘잘못을 낱낱이 밝힌 다음에요. 참사 직후 초동대처를 잘못허고, 사고 발생 사흘째인 오늘까지도 국가적인 재난을 어찌기 수습을 혀야 될지 몰라서 우왕좌왕허고 있는 이 무능헌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헌티 헐 말 못 헐 말을 다 꺼내서 속시원허게 퍼부었을 것이요. 씨발, 당신네 가족이나 일가친척이 시방 쩌그 저 인당수에 수장돼 있어도 이럴 것이냐고 따짐서러 그렇기 개폼 잡고 의자에 앉어서 앞뒤도 안 맞고, 이치도 안 맞는 브리핑은 고만 받고, 언지까지 물속에 있는 시신을 꺼내고, 언지까지 여객선 선첼 인양 헐 것이냐고 따지고 물었을 것이요. 근디 성님은…”

양대관이 눈에 쌍불을 켜고 다그쳐도 김두길은 자기방어를 하려고 입속에 가득 담아 두었을 여러가지 말들 중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성님, 기왕 말이 나왔응께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있는디 잠시 들어 볼라요?”
양대관이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며 거칠고 당돌하게 제안을 하자 김두길은 쓴웃음을 흘리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성님도 잘 알 것지만 난 단순무식해서요. 복잡헌 건 질색인께 딱 까놓고 야글 혀봅시다. 성님은 최 선장허고 영범이 아버지 임사공 씨가 살었다고 생각허요. 죽었다고 생각허요?”

김두길은 대답 없이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듣자헌께로 오늘 아침 성님이 진리 영범이네 집에 기자들을 끌고 갔다고 허던디요. 혹시 성님은 승무원들이 살었다고 생각허는 것 아뇨?”

“그으 그건 아니고 말이다. 영범이네 집에 같이 갔던 기자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인데, 영범이허고 영범이 어머닐 취재허기가 참 힘들다고 해서 그 기자들을 좀 도와줄라고 그랬던 것이여. 근데 영범이가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 통에 일이 참 우습게 된 거여.”

오늘 아침 김두길이 이춘녀네 집을 찾아 갔을 때 집안에 조희오가 머물고 있었다.
그 때문에 김두길은 조희오의 눈치를 슬슬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아니 성님, 영범이가 과민반응을 보였다고라우?”

“그게 사실이라고 임마! 니가 영범이 친구다 보니 이성 보단 감정이 앞서서 일방적으로 그 녀석 편을 드는 것 같은데, 승무원 생존설에 대해선 너도 좀 냉정허게 판단허고 행동했으면 좋겄다!”

“날 더러 냉정허게 판단허고 행동허라고라우? 씨발, 시상이 잘못 돌아가도 한참을 잘 못 돌아가고 있는디 어떡기 지가 냉정할 수 있것소?”

김두길과 양대관의 언쟁은 점점 격해졌다.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사람의 언쟁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조희오의 목젖이 연신 꿈틀거리면서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냈다. 혀끝까지 꿈틀 꿈틀 기어 나온 울분을 참으며 침으로 녹이고 녹여 목젖 너머로 넘기고 있는 모양이다.   

“성은 도대체 어디 사람이요?”

“임마, 내가 위도 사람이지 어디 사람이여?”

“최 선장이 어떤 사람이고, 임사공 씨가 어떤 양반인지 참말로  성님은 모른단 말이요?”

“두 양반 다 심성이 곱고 책임감이 투철허다는 걸 내가 어쩌 모르것냐만 사람이 말이다,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면 평소와 달리 전혀 예상 밖의 행동을 허기 마련인디, 최 선장허고 임사공 씨가 지금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있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그건 너나 나나 장담을 할 수 없잖여! 더욱이 그 두 양반은 자기 자신들의 문제만 끌어안고 있는 것이 아니잖냐, 그동안 불법 탈법을 자행해 온 여객선 선사 문제도 그 두 양반의 증언이 필요허다 보니 검찰이 지명수밸 내린 것 아녀!…”

“나 대그빡 뽀개진께요. 말 빙빙 돌리지 말고 간단허게 대답을 좀 혀주시오. 근께 성님 말은 한 마디로 두 사람이 생존해 있고, 시방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다 이 말이 아니요?”

“야, 나도 그 분들이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안다만 그 양반들을 봤다는 목격자가 한 둘이 아니고, 또 언론이나 검찰도 그 분들이 살어 있다고 확신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넌 이 나라 언론도 안 믿고 검찰도 못 믿겠다는 거냐?”

“아이고 성님, 지금까지 쭈욱 정칠 해왔고, 앞으로도 정칠 허실분이 참말로 어쩌 이러쇼? 쫌 더 눈을 크게 뜨고 시상을 살펴봐야 될 것 아뇨. 저기 저 테레빌 좀 보시오. 승무원들을 직접 봤다고 증언을 하고 있는 목격자들이 대부분 누구요? 저 사람들 중에 위도 출신이 멫 명이요? 대부분요, 외지서 위도로 배를 타러 들어 온 선원들인디, 쪼꼼 더 지가 싸가지 없이 말을 허자믄 저 선원들은 조직이 뱃놈들 아니오! 손에 돈을 백만원을 쥐어 줘도 그러고, 천만원을 쥐어 줘도 그러고, 술로 없애고, 지집년들헌티 없애고 하루 이틀이믄 다 탕진을 허는 놈들이라 저 뱃놈들을 조직이라 부르는디, 객지서 위도로 배 타러 들어 온 쟈들이 최 선장허고 임사공 씨를 그동안 멫 번이나 봤것소? 성님도 잘 알것지만 저 조직이 뱃놈들은 지 앞가림도 지대로 못허는 새끼들인디 저런 새끼들 말만 믿고 승무원 생존율이 98%라고 확신을 험서러 지명수밸 내린 검찰이나 그걸 앵무새처럼 받아 적어가꼬 떠벌이고 있는 언론이나 죄다 썩어 빠진놈들 아닐꺼라우? 지가요. 성님 속이 상헐까봐서 시방 꾹꾹 참고 있소만 언론이나 검찰을 못 믿는 건 성님도 마찬가지잖요! 성님도 저 언론과 검찰 땜시 홍역을 몇 번 치렀잖요! 그리 놓고도 날 더러 저 새끼들을 믿으라고라우?…”

이렇게 양대관이 억세게 대서지만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 듯 김두길은 시선과 고개를 슬며시 떨구었다. 양대관은 너무 심한 말을 내뱉었다고 판단한 듯 더 이상 말꼬리를 잇대지 못했다. 식당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자리에서 일어난 조희오가 식당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신분증 좀 보여 주십시오!”

조희오가 진리 이춘녀네 집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집 주변을 지키고 있던 예닐곱 명의 전경 중 계급이 제일 높은 수경이 제지 했다.

“너 나한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그랬냐?”

충혈 된 눈으로 조희오가 이렇게 따졌지만 전경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신분증을 보여 주십시오. 임사공 씨 가족 외에는 이집에 아무도 들어가실 수가 없습니다.”

“야, 이 씨발 새끼야, 여긴 내 이모네 집이다. 난 이집 집안 사람이고, 서해훼리호 유가족이다. 격포 방파지서 좌판을 깔고 장살 혀서 먹고 살다가 씨발 여객선이 침몰 돼 일을 허다 말고 위도로 들오다보니 신분증을 격포 집에 놓고 왔다. 그래 신분증이 없는데, 씨발 내 친이모네 집도 들어갈 수 없단 말이여, 엉?”

“안타깝고 죄송한 일입니다만 상부의 명령 없이는 저희 임의대로 사장님을 이집 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조희오는 울컥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참아 보려고 애를 쓰고 또 써보지만 복받치는 설움을 삭이지 못하고 끝내는 몸 밖으로 뿜어냈다.  

“흐으윽!… 흐으윽!… 엉어어어!… 어엉어어어!…”

조희오는 울부짖었다.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집안에서 이춘녀가 걸어 나왔다. 허클어진 머리며, 퉁퉁 부은 얼굴이며, 그미의 행색은 흡사 귀신한테 홀린 정신병자 같았다.    

“이모!… 흐으윽!… 희오야!… 어엉어어!…”

이춘녀와 조희오가 부둥켜안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한참 동안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데, 외출했던 임영범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이춘녀는 조희오와 임영범을 두 팔로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세 사람의 곡소리가 해질녘 진리 마을의 고샅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지 3분쯤 지났을까, 근처에 있는 마을회관 옥상의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아, 진리 리민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리것습니다. 네, 두어 시간 전에도 한번 안내 방송을 혔는디, 오늘 밤 7시 면사무소서 서해훼리호 참사 위도주민대책회의가 열립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것지만 그저께 서해훼리호 참사가 발생을 혀서 우리 위도에 큰 시련이 닥쳤습니다. 그려서 이 시련을 우리 위도 주민들이 어떻게 극복을 혀야 될 지 오늘밤 면사무소에 모여서 대책회의를 헙니다. 한 시간 뒤 회의가 시작되오니 바쁘시더라도 저녁밥을 일찍들 잡수시고 면사무소로 좀 나와 주시면 고맙겄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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