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리본을 소일삼아 천막을 지키는 동안 지나는 ‘어떤’ 이들을 마주칩니다.

억울한 게 많다며 알리고 싶다는 어떤 성형 여인, 쯧쯧쯧 혀를 차며 지나가는 할아버지, 단식하는 동안 유일한 음식인 물을 그냥 집어가는 어떤 할아버지, 10대 아들 손을 잡고 수고 많다며 천막마다 인사를 하고 다니시는 어떤 아버지, 수원부터 걸어왔노라는 노란 티셔츠에 쌍용조끼를 입은 어떤 아저씨.

유가족의 닫혀진 천막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한참을 있다 가던 흰 운동복에 선글라스 쓴 어떤 분. 자신은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되는 사람이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조금 더 힘내라는 어떤 이.

술에 취해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며 시비를 거시는 어떤 이, 불신지옥을 외치며 노래하는 신도들, 종북이라며 빨갱이라며 물러가라 목소리 터져라 외치는 길 건너 어떤 이들.

우리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애국가를 통기타와 함께 노래하는 세월호 공연장.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과 함께 행진하는 시민들 (사진=이숭겸 독립영화인)
 

밤이 늦도록 서명을 부탁하는 쉬어가는 목소리들.

불상 그림 앞에서 몇 배가 될지 모를 절을 하고 있는 단식인들.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리본을 달고 손잡고 가는 가족들.

그리고 살며시 또는 기웃기웃 또는 지나가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천막 바로 옆에서 흐르는 세월호의 비공개 마지막 아이들 영상.

"나 지금 울 것 같아요. 무서워요. 어떡해요."

"살고 싶은데, 아씨, 나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절박한 소년 소녀의 목소리들......

   
▲ 만드는 대로 시민들이 받아 나누는 노란리본 (사진=윤가현 배우)
 

묵묵히 리본을 만들었습니다.

영화인으로서, 문화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초이자 최소의 행동으로나마 이들의 추모에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마음과 마음들이, 진실과 진실들이 노란리본을 타고 물결을 이루어가길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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