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9일 인천아시안게임이 개막했다. 45억 아시아인들의 거대한 축제가 대한민국 인천에서 열렸다. 그러나 화려한 인천아시안게임의 불꽃같은 오픈식이 끝나고, 인천아시안게임을 알리는 성화는 하루 24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꺼져 버렸다.

이는 불길한 시작의 알림이었다. 개막식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는 다음 날부터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온갖 문제점들이, 바퀴벌레처럼 죽이고 숨겨도 또 나왔다.

운영예산이 부족하다면 준비과정에서 사전에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체크하고, 부실공사를 없애고 강구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공공장소 화장실에서도 발생하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다. 새로 지어진 인천 아시안게임 메인 경기장 화장실 여러 곳의 배관에서 소변물이 밖으로 새어나왔다. 선수촌에는 냉방시설 미설치 등으로 선수들이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경기장, 선수촌 주변에는 편의시설도 없었다. 급기야 선수들이 먹는 도시락에서 대장균까지 검출돼 선수들이 빵을 먹고 급하게 도시락 업체까지 교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선수촌 입구에 잡상인이 들어왔지만 제재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대회 4일째에는 술에 취한 50대 주민이 선수촌 아파트에 들어와 “북한 선수들은 어떠한 음식을 먹는지 확인하러 왔다”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북한선수들이 놀라서 달아나는 일도 발생했다. 각국 선수들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 후 자국으로 돌아가 어떤 평가를 할 지 안 들어봐도 뻔하다.

   
▲ 지난 19일 오후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화려한 불꽃쇼.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초 자원봉자들에게 약속했던 지원과 혜택이 너무나 달라 100여 명이 무단이탈하는 일이 생겨 대회 진행에 차질과 어려움이 발생했다.

심지어 경기가 잘 보이는 심판석을 일반 관람객들에게 판매하는 바람에 정작 심판들이 앉아야 하는 자리를 빼앗기고 관람객들에게 양해를 구해 겨우 심사를 한 일도 벌어졌다. 통역을 해야 하는 통역자가 갑자기 사라져 선수가 직접 통역을 하는 기가 막힌 일도 발생했다. 진짜 뜨악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이 없다. 대회운영에 크고 작은 허점들이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툭툭 터져 나오고 있고,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들도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는데도 말이다. 4000명이 입장 가능한 경기장에 비인기 종목의 경우 20~30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고, 한국선수들이 출전하는 인기종목 관람객도 500~1000명을 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에 인천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 관람에 동원되기도 한다. 단체 예약 후 경기장에 입장하는 학교 학생들은 무료. 예약 없이 당일 입장하는 학교 학생들은 입장료 3000원. 그 비용은 학교에서 지불한다고 한다. 참 우습고 당혹스러운 일이다.

   
▲ 함상환 뉴시스 인천본부 기자
 

인천아시안게임은 대한민국 나라망신을 제대로 홍보한 대회가 됐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또 어떤 일이 터질지, 예측불가능하기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지금부터라도 매끄러운 대회진행을 위해 운영위와 인천아시안게임에 관여된 모든 진행요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신속하고 정확한 운영과 진행을 해주길 간곡히 바랄 뿐이다. 절반쯤 달려온 인천아시안게임이 그래도 마무리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끄러운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희석시켜 주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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