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리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세월호 유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하면서 반발이 일고 있다. 

영등포경찰서 정우관 형사과장은 29일 오후 브리핑에서 "대리기사 폭행사건 피의자 김병권 전 세월호가족대책위원장, 김형기 전 부위원장, 한상철 전 부위원장에 대해 오후 4시30분쯤 공동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리기사 및 신고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폭행한 사안의 중대성과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오는 3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출석을 통보했다. 

대리기사와의 행선지 시간 지연 다툼이 행인들과의 싸움으로 번져 쌍방폭행이 이뤄졌다는 세월호 유족의 입장에 대해 경찰은 '일방 폭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세월호 유족을 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과 행인 정 아무개씨와의 쌍방 폭행 진술에 대해서는 "사건 전체는 일방폭행으로 봐야 한다"며 "김 전 위원장이 맞았다고 하니까 (정씨를) 인지 입건했는데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 입건은 피의 사실을 확정짓는 게 아니라 혐의를 받는 것이다. 사건 전체는 일방폭행"이라고 밝혔다.

당초 세월호 유족 대리기사 폭력 사건에 대해 진술이 엇갈린 만큼 대질조사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찰은 피해자(대리기사, 행인) 쪽 진술에 무게를 둔 셈이다. 

   
▲ 경찰청 전경 모습
 

또한 대리기사 이 아무개씨는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폭력을 유발한 당사자로 지목하며 대질조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변호하고 있는 김기수 변호사는 TV조선과 인터뷰에서 "(김현 의원이) 일반인과 같이 출석해서 떳떳하게 조사를 받길 원하고, 대리기사가 대질 조사를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실은 폭행의 발단이, 김현 의원이 촉발한 점이 많기 때문에 유족들은 김현 의원으로 인해 연루가 된 것"이라며 "사건의 본질은 대리기사가 폭행을 당한 것이다. 그 폭행으로 인해 전치 4주 이상의 상해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리기사 측은 범죄를 공모하고 어떤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게 했을 때 그 범죄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공모자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모공동정범 개념을 들어 김현 의원을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세월호 유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김현 의원 고발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화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찰의 과잉 충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CCTV 영상을 확보하고 관련자들의 대립된 진술이 확보돼 있는데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것이고, 전직 세월호 대책위 임원들로 공개적으로 세월호 진상을 위해 싸운 분들이 무슨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인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피해자가) 4주 진단을 받았고, 쌍방 폭행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사안의 중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세월호 정국을 빨리 끝내려는 권력자들의 과잉 충성이라고 보고 구속영장 신청 남용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폭행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김현 의원을 고발하고 조사를 하는 것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공동공모정범'은 보통 범죄 조직들의 배후 인물이 앞에 나서지 않고 폭행에 나설 때 공범으로 엮기 위한 법 이론으로, 김현 의원의 경우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범행을 모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김현 의원을 끌어들여야 사건을 증폭시킬 수 있고, 진상 규명을 하자는 여론을 물타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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