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북한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낸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폭발분과위원(수중유체분석담당)이 합조단의 최종결론 발표상의 북한어뢰 폭약량의 실제 규모를 모른다고 밝혀 보고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합조단이 이른바 ‘1번어뢰’로 불리는 북한제 ‘CHT-02D’ 어뢰의 폭약량 고성능폭약 250kg 규모와 합조단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한 폭약량 규모 ‘TNT 360kg’이 일치한다는 근거조차 모른 상태에서 어뢰폭발로 성급하게 결론을 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안함 합조단 폭발유형분과에서 민간연구위원으로 수중폭발 분석을 담당했던 황을하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유남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서프라이즈 대표)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1차 미국측의 선체변형 현상 분석결과 수심 6~9m,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위치에서 총 폭약량 TNT 200~300kg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고, 2차 한국측 시뮬레이션 결과는 동일 지점에서 총 폭약량 TNT 250~360kg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조단은 한국측 시뮬레이션 결과 “유체-구조 상호작용을 고려한 3차원 탄소성 유한요소 해석을 수행해 TNT 폭약 360kg이 수심 7m에서 폭발한 경우 천안함의 실제 손상상태와 정성적으로 매우 유사한 손상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합조단은 최종결론으로 “(어뢰의) 폭발위치는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수심 6~9m 정도이며, 무기체계는 북한에서 제조, 사용 중인 고성능폭약 250kg 규모의 CHT-02D 어뢰로 확인됐다”고 결론 냈다.

   
북한제 CHT-02D라는 모델의 어뢰 사진. 합조단 보고서
 

미국은 TNT 200~300kg, 한국 시뮬레이션 결과는 TNT 360kg이며, 최종결론은 ‘북한제 어뢰 고성능폭약 250kg’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제 어뢰의 ‘고성능폭약 250kg’과 ‘TNT 360kg’이 유사한 규모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합조단 보고서엔 왜 두 폭약량이 일치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있다.

이와 관련해 합조단 폭발유형분과 민간위원인 황을하 연구원은 재판에서 ‘북한제 CHT-02D가 최종결론으로 보느냐’는 이강훈 변호사의 질문에 “내 결론은 아니며, 결론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북한제 고성능 폭약 250kg의 규모의 CHT-02D와 시뮬레이션 결과 TNT 360kg이 같은 규모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황 연구원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신문에도 “예를 들어 화약 250kg이 TNT로 몇 kg인지는 알 수가 없다”며 알루미늄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폭약량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최종결론을 내릴 때 몰랐느냐는 신문에 황 연구원은 “결론을 내릴 때 내가 참석하지 않았다. 내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합조단 위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라도 북한제 고성능 폭약 250kg과 TNT 360kg이 어떻게 같으냐는 질문이나 이의제기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김형태 변호사의 지적에 대해 황 연구원은 “(같은 합조단 분과 내 기타폭발물을 담당했던) 국방과학연구소 이근득 박사와 디스커션(토론)은 했다”며 “이 박사에게 요청했는데, (그 근거를) 알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합조단이 윌리스 공식을 인용해 작성한 그래프. 사진=합조단 보고서
 

두 폭약량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황 연구원은 “이근득 박사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에서 같은 합조단 분과 군측 위원이었던 김인주 대령은 두 폭약량이 일치하는 근거를 아는 사람은 황을하 연구원이라고 지목했다. 그런데 정작 황 연구원은 다른 이에게 책임을 또 떠넘긴 것이다.

‘고성능폭약 250kg 규모의 북한제 어뢰’가 적혀있다는 설계도를 봤는지에 대해 황 연구원은 “못봤다”고 답변했다. ‘북한 어뢰 제원에 대한 정보 제공은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2010년 5월 20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북한 어뢰라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합조단이 이른바 어뢰폭발의 ‘버블제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버블주기 1.1초’의 신뢰도도 도마에 올랐다. 

천안함 사고 당시 11개의 음파감지소에서 감지한 ‘1.1초 간격의 2개의 음향 파동주기’가 포함된 공중음파를 두고 합조단은 수중폭발시 나타나는 버블주기라고 보고서에 썼다. 첫 번째 파동은 폭약이 폭발할 때 발생하며, 1.1초 이후 생긴 두 번째 파동은 버블팽창 순간에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합조단은 미군이 이 ‘버블주기 1.1초’를 윌리스 공식에 적용한 결과(그래프)를 보고서에 제시했다. 그러나 이 그래프를 보면, 1.1초에 해당하는 폭발유형(곡선)에는 ‘폭약(TNT) 136kg-수심 5m’와 ‘폭약 250kg-수심 9m’, ‘폭약 360kg-수심 15m’를 지목한 것으로 나와있다. ‘TNT 360kg-수심 7m’라는 한국팀 시뮬레이션 결과와 상이하다.

이를 두고 황을하 연구원은 “그건 미군측 조사결과”라며 “(버블주기) 1.1초로만 (폭약량과 수심을) 도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우연히 폭발현상이 있을 때 공중음파 1.1초라는 계측치를 건진 것일 뿐인데, 내 생각에는 이것이 정확하게 맞는 것 같지 않다”며 “1.1초만으로 도출한 것이 아니라 이는 참고사항이며, (실제 폭발유형으로) 가능한 영역을 줄여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합조단이 주장하는 CHT-02D 어뢰 설계도와 실제 발견됐단는 어뢰추진체 비교. 사진=합조단 보고서
 

한국팀의 시뮬레이션 결론과 윌리스 공식의 차이에 대해 황 연구원은 “‘보정공식(전체 수심 등 다른 요인을 넣어 공식을 보정한 것)’으로는 정확히 1.1초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조단 보고서엔 공식을 보정해서 결론을 도출했다는 내용이 없다. 그는 “거기(버블주기 1.1초)에서 결론을 도출한 게 아니라서 넣지 않았다”며 “2차례 음파를 감지한 것으로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원은 보정시 합조단 정보분과로부터 사고해역 수심이 47m라는 자료를 넘겨받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가 실제 사고해역의 수심인지를 검증했는지에 대해 황 연구원은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수심이 47m이니 분석해보라’ 하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일 뿐, 우리가 확인할 여유도 없었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상철 대표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합조단 내에 북한제 폭약량과 시뮬레이션상의 폭약량이 일치하는지 종합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폭발주기(버블주기)와 관련해 자신들이 보고서에 인용한 공식과 차이가 났을 때도 다같이 토론하지도 않았다”며 “그러면서 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최종결론을 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황을하 연구원은 물기둥설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황 연구원은 ‘쾅소리를 듣고 견시병이 곧바로 뒤돌아 볼 때까지 물기둥이 남아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신상철 대표의 지적에 “물기둥이 있다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도 없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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