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축제 주관사 이데일리·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지난 20일 보상 방안 등에 전격 합의했다. 21일 주요 일간지들은 이 소식을 전했는데, 조선일보 ‘뉘앙스’는 사뭇 달랐다. 조선은 세월호 유가족을 의식한 날선 독설을 뿜어냈다.

국정감사가 3주차에 들어섰다. 이번 국감을 해석하는 방법은 신문마다 가지각색이다. 동아일보는 기업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고, 한국일보는 국회 감사를 피하려는 피감기관 꼼수를 면밀히 분석했다. 

인문계 대졸 취업 준비생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취업시장에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인구론’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하며 인문계 대졸자들이 ‘찬밥’ 취급을 받는 현상을 설명했다. 

이달 초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경비노동자 분신 사고가 세간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겨레는 ‘노동’ 관점에서 이들이 처한 환경을 취재했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

경향신문 <단통법 ‘전국민 호갱화’ 정부·업계 불신만 키워>
국민일보 <“슬프지만 가슴에…” 성숙한 유가족>
동아일보 <재정 축내면 5배 배상 한국판 링컨法 만든다>
서울신문 <‘면죄委’ 공정위 과징금 2조 감면>
세계일보 <가계빚·부동산 쪽박 묵은 악재에 발 묶여>
조선일보 <성수대교 20年…아직 발밑이 不安하다>
중앙일보 <“공무원연금 개혁 내년 4월께 처리”>
한겨레 <“성수대교 붕괴 20년…아직도 그 다리를 건너지 못합니다”>
한국일보 <인문계 취업 잔혹사 ‘인구론’ 신조어까지>

유가족으로 유가족 공격하는 조선일보? 

21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축제 주관사와 이례적으로 ‘57시간’ 만에 보상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유가족들은 1인당 보상액을 법원의 통상적인 판례를 기준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들은 또 “행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최소화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사고가 주최 측의 악의나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데다 행사주관사인 이데일리가 사고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면서 비교적 순조롭게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조선일보 사설 21일자
 

그러나 조선일보 ‘뉘앙스’는 전혀 달랐다. 조선은 세월호 유가족과 판교테크노밸리 희생자 유가족을 비교하며,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어조로 사설을 채웠다. 판교테크노밸리 희생자 유가족들은 배보상 문제에 빠르게 합의하는 데 ‘너희는 왜 그러느냐’는 식이었다. 

조선은 사설 <판교 유족들, 상식과 順理로 ‘참사 뒤처리’ 풀었다>에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 유가족이 20일 오전 3시 성남시와 사망자 보상 문제에 합의했다”면서 “유가족은 합동분향소도 차리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은 “그동안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유가족들은 보상 문제를 놓고 당국과 대립하곤 했다”며 “유가족들은 피해자들의 나이·소득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보상액을 미리 정한 뒤 줄다리기하거나 통상적인 기준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요구하기 일쑤였다”고 밝혔다. 

조선은 “자기 잘못이나 법 규정 같은 것은 아예 못 본 체하고 책임을 정부나 기업에 떠넘기며 무작정 보상금을 더 달라고 떼를 쓰는 일이 이어졌다”며 “그러는 사이 외부(外部) 세력이 끼어들어 분란을 부채질했고 결국 사회 전체가 이편저편으로 갈려 싸우는 갈등을 불러오곤 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TV조선이 세월호 유가족을 보상을 더 받으려는 세력으로, 또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무법자들로 서슴없이 ‘낙인’찍었던 걸 생각하면, 이 사설 의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감서 기업부터 감싸는 동아…피감기관, ‘꼼수’ 지적하는 한국

국정감사가 3주차다. 막바지다. 각 상임위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보기 좋게 선별한 기사뿐 아니라 국정감사를 큰 틀에서 분석한 기사도 눈에 띈다. 

동아일보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감을 스케치했다. 제목은 <올해도…4시간 기다린 기업인, 15초 답변>이었다. 

동아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기업인 9명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국감이 아니라 ‘기감(기업감사)’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이날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 소셜커머스 업체 임원 등 고위급 기업인을 포함해 11명이 일반인 증인으로 공정위 국감에 참석했다. 김장환 한국 암웨이 사장을 비롯해 기업인 3명은 개인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이사,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출석은 24일로 미뤄졌다.

동아는 “장석훈 위메프 이사 등 소셜커머스 ‘빅3’ 업체 관계자들은 국감장에서 4시간 넘게 대기했지만 3명을 합친 총 답변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았다”며 “4시간여를 기다린 장봉섭 현대아산 건설본부장의 답변 시간은 15초에 불과했고, 최태경 한성자동차 전무는 국감장에 대기하는 동안 질의를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동아는 “의원 대부분이 이미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사안들을 다시 지적하는 데 그치거나 답변을 듣기보다는 호통 치는 데 급급해 국감을 ‘기업 길들이기’에 무리하게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의 비판이 한편으로 타당할 수 있으나 국정감사가 본질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데에는 피감기관의 ‘꼼수’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한국일보 21일자
 

한국일보는 <뻣뻣…뻔뻔…“증인 출석·자료 제출 NO” 피감기관들 배짱> 제하 기사에서 “무리한 증인 출석 및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로 일부 상임위가 파행을 빚기도 했지만 올해는 피감기관들의 노골적인 국감 방해 행위가 유독 심하다”며 “국감이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수단이라는 취지를 감안하면 피감기관의 꼼수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외통위나 국방위 등 안보 관련 상임위의 경우 안보상의 이유나 비밀문서라는 이유를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또 감사원이나 검찰 등 소위 권력기관들은 해당 감사나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국세청의 경우도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료제출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한국일보가 꼽는 피감기관의 잘못된 행태는 △고의적으로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 △무더기로 자료 방출하기 △고의적으로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행위 등이다. 

한국일보는 “20일의 짧은 기간에 수백여개 기관들이 몰아서 감사를 받는 환경에서 피감기관들도 소위 ‘관성’이 생겼다”며 “(여야가 해결책으로 내세운) 분리국감이 실시되더라도 기간은 여전히 20일로 묶여 있어 근본적인 개선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시국감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론’을 아시나요?

20대 신조어 가운데 ‘인구론’이라는 게 있다. 축약된 이 말을 풀면, ‘인문계 출신 구십프로가 논다’가 된다. 인문계 대졸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취업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 2월 국내 4년제 일반대 졸업생의 건강보험 연계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인문계 취업률은 이공계 절반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는 이런 현상을 분석했다. <관련 기사 : ① 인문계 취업 잔혹사 '인구론' 신조어까지 ② 이공계만 찾는 기업들… 취업률 0인 인문계 학과 전국 402곳>

   
▲ 한국일보 21일자
 

한국일보는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대졸 신입사원 중 이공계 출신이 많은 기업은 62개”라며 “기업규모가 크거나 제조업인 경우 이공계 출신이 더 많고, 얼마 전까지 인문계 출신을 우대했던 경영이나 영업분야도 이제는 이공계 졸업생을 선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일보는 ‘수요와 공급 불일치’를 꼽았다. 한국일보는 “발전동력이 여전히 중화학공업과 제조업 중심이고, 첨단산업도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대기업들은 이공계열에 소양을 지닌 전문 기술자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일보는 “인문학적 소양은 입사 후 교육시키면 된다는 생각이 산업계 전반에 퍼지며 인문계 출신이 주로 자리를 잡던 영업과 기획, 경영지원 분야 등도 ‘이왕이면 이공계’로 돌아섰다”며 “팔아야 하는 상품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이공계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취업시장의 인문계 기피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을 천정부지로 높이”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전문대학에 재입학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성호 한양대 기초융합교육원 원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인문계는 특정한 기능을 가르치지 않아 기업에서 당장은 쓸모가 없게 느껴질지라도 결국 사회를 비롯한 산업의 성숙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라며 “인문계와 이공계의 학문 간 융합을 통해 보다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인재를 기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저임금 100%’가 두려운 경비원들

“택배는 경비실에 맡겨주세요”라는 말은 부당하다. 택배 보관은 경비노동자 본연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 20일 발표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 안전보건 실태’ 보고서를 보면,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본연의 업무, 즉 ‘안전점검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은 22%에 불과했다. 업무 비중은 청소(22.6%), 방범 및 안전점검 (22.1%), 택배관리(20.5%), 분리수거(16.6%), 주차 및 통근관리(12.7%), 기타업무(13.5%) 순으로 나타났다. 

경비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 이 아무개(53)씨가 분신을 시도한 사건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입주민의 인격모독적인 발언과 경비노동자를 천대하는 인식이 만든 참사였다. 

   
▲ 한겨레 21일자
 

한겨레는 한발 더 들어갔다. 한겨레는 <최저임금도 안주려…경비원 집단해고 내모나> 제하 기사를 통해 노동 관점에서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분석했다. 

한겨레는 “2011년까지 최저임금 80%가 적용되던 경비노동자들 월급이 2012년부터 최저임금 90% 선으로 올랐다”며 “그러자 경비노동자들 일부가 해고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내년부터 최저임금 100%(시간당 5580원)가 적용되면 일부 경비노동자들은 다시 해고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며 “일자리를 잃지 않아도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 무임금 휴게시간이 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장홍석 한국경비협회 서울지방협회 사무국장은 “입주민들은 (월급 인상에 따른) 관리비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경비회사 입장에서는 인원을 줄이거나 무급 휴게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여느 아파트 경비노동자처럼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는 노원구 아파트 경비노동자 김아무개(63)씨는 지난해 하루 7시간이던 무임금 휴게시간이 올해 8시간으로 늘었다”며 “식사와 수면을 위한 무임금 휴게시간을 경비회사가 늘려 잡아 결과적으로 임금을 깎았다”고 밝혔다. 

이어, “경비노동자는 일하는 시간과 ‘대기’ 시간을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간헐적 노동’을 한다는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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