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들이 세월호 참사와 함께 잠들었던 수신료 인상안에 불을 지폈다. 이들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KBS 국정감사 자리에서 KBS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조대현 KBS사장은 2015년 상반기 중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KBS이사회는 2013년 12월 10일 야당 추천 이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임시이사회를 열어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월 28일 4000원 인상안을 가결해 국회 미방위 통과절차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KBS가 오보와 편파보도 등 ‘보도 참사’를 겪으며 수신료 인상안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 자리에서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올해 연말까지 KBS 적자가 500~600억 수준이라는 예측치가 있다며 “KBS가 수신료 현실화 노력을 중단했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군현 의원은 “조대현 사장이 선 신뢰도 회복, 후 수신료 인상을 이야기하는데 이건 수신료 인상을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들린다”고 주장했다.  

   
▲ 22일 KBS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대현 KBS 사장.
@연합뉴스
 

그러자 조대현 KBS사장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KBS가 처한 환경에서 추동력이 필요해서 내부적으로 먼저 신뢰회복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대현 사장은 “국감이 끝나면 수신료 추진계획을 미방위원님께 설명 드리고 시청자를 설득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실화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렇듯 KBS는 선거일정이 없는 2015년에 맞춰 수신료를 올리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KBS측에서 먼저 꺼내기 힘든 수신료 인상안을 국감 의제로 올리자, KBS 사장이 기다렸다는 듯 준비한 답을 꺼내놓은 형국이었다. 당장에 홍문종 미방위 위원장(새누리당)부터 “수신료 인상 등 공영방송으로서 KBS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의원님들의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수신료 현실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2016년 총선 전까지 마쳐야 하는데 여론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면 쉽지 않다”면서 “미방위에서도 적극 찬성하는 분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분도 있어서 타 매체의 비판적인 시각과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잘 설득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치 KBS의 입장을 대신 전해주는 듯한 발언이었다.

   
▲ 10월 22일자 KBS 뉴스9.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KBS의 신뢰도 하락 문제가 수신료 인상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으며,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수신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KBS사장이 말한 신뢰 회복이란 뜻이 추상적”이라며 “신뢰 회복의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조대현 사장은 “시청자들이, 수신료 이해당사자들이 수신료현실화에 동의하는 수준”이 신뢰 회복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수신료 현실화로 3600억 원의 광고시장이 생긴다고 한다”며 “KBS가 새로운 광고시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는 수신료가 인상되면 단계적으로 2TV 광고를 축소‧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대현 사장은 “지상파 광고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은 방송환경에 큰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심학봉 의원은 “KBS 야당 이사들을 우선 설득하라”며 “KBS는 수신료 현실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KBS이사회는 11월 중 수신료 관련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 프레임에 수세적이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공요금이 33년 간 동결됐기 때문에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뒤 “KBS는 수신료 인상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보도 공정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야당 의원들 역시 보도공정성이 선행돼야 수신료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22일 KBS <뉴스9>은 “KBS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하며 “34년째 동결된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고 강조했다. 설전이 오고갔던 이인호 KBS이사장의 역사관 논란에 대해선 “때 아닌 공방이 벌어졌다”며 여야 갈등으로 처리했다. 이날 국감장에서 등장한 공영방송 보도 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대신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또 다시 자사 뉴스로 홍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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