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의 한 마디는 KBS를 뒤흔들었다. 그는 ‘세월호 보도참사’로 KBS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최악이었던 지난 5월 9일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와 비교했다며 논란이 일자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국장을 사임했다. 그리고 길환영 KBS사장을 향해 “언론에 대한 가치관과 식견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비수를 꽂았다. 

김시곤 보도국장은 당시 “(길 사장은) 윤창중 (성추행)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으며, 이어진 JTBC와의 인터뷰에서 “길환영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주장해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다. KBS와 청와대와의 ‘유착관계’를 보도국장이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김 전 국장의 발언 이후 KBS 양대 노조가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고, 결국 길환영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는 현재 보도국을 떠나 KBS 방송문화연구소 소속으로 연구위원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김 전 국장의 폭탄 발언은 사내에서 어떻게 정리된 걸까. KBS감사실은 김 전 국장의 발언에 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해 감사 결과를 최근 법무실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결과는 비공개 처리됐다. 

   
▲ 지난 5월 9일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노컷뉴스
 

이를 두고 김 전 국장의 감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2일 KBS 국정감사 자리에서 KBS가 김시곤 전 보도국장 감사 결과 자료제출 요청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송호창 의원은 “김 전 국장의 발언은 공정방송의 원칙과는 위배되는 발언”이라며 “사측은 이 발언을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다루는 것도 거부했고 국회의 자료제출 요청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대현 KBS사장은 “김시곤 전 국장 개인의 발언이었기 때문에 공정방송위원회 안건이 되지 않는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한 뒤 “김시곤 전 국장 발언은 식사당시 참석했던 동료들이 발언의 진위가 다르게 전달됐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부분을 감사실에서 감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제출 거부에 대해 조 사장은 “감사실에서 법무실로 감사결과를 넘길 때 비공개를 전제로 했다”며 “그 과정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송호창 의원은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자료제출을 하지 않으면 고발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KBS는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만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KBS 확정감사 전까지 KBS에서 김시곤 전 국장에 대한 감사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KBS노동조합은 21일 특보를 내고 “사측이 김시곤 전 국장의 세월호 보도 관련 발언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법무실에 통보했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며 비판했다. KBS노동조합은 “김 전 국장의 발언으로 KBS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또 다시 이러한 사건이 재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시곤 전 국장의 감사 대상 발언내용이 무엇인지는 공식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KBS 입장에선 감사결과가 공개될 경우 내용과 관계없이 사내외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