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압수수색 등 경찰과 검찰의 사이버명예훼손 수사에 제동을 거는 '사이버사찰금지법'이 제정될 예정이다.

집회시위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았던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3000여명의 지인과 공유한 카카오톡 대화방을 경찰이 압수수색 했다고 폭로하고,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모독 발언 이후 대책회의를 열어 허위사실 및 명예훼손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키워드를 넣어 감찰하겠다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후 해외 메신저로 사이버 망명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카카오톡 대표들이 나서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수사기관이 개인적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보고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법률 대응팀과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당, 비정규직없는 세상네트워크, 인권운동 사랑방,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20여개 단체들은 '사이버사찰긴급행동(가)'을 꾸리고 사이버사찰금지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사이버사찰금지법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국사회 정치사찰과 사이버검열에 있고 현행법상 무분별하게 수사기관이 시민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

전기통신 관련 수사 현행법을 보면 '송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에, '전기통신 감청',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은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돼 있다. 또한 '통신자료제공'은 전기통신사업법을 따르고 있다.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법이 나눠져 있고 규율 방식이 모호하다. 요건도 완화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영장 발부가 굉장히 쉽고 손쉽게 정보를 털어가는 범위도 광범위하다"며 "감청, 카카오톡, 이메일 수사, 통신제공사실 확인, 실시간 위치 추적 등 인터넷을 베이스로한 정보 수집을 원칙적으로 안된다는 것을 사이법사찰금지법에 통으로 담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데 현행법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이버사찰법에는 현재 포털사나 이동통신사가 제공했던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서도 영장을 받아 집행하는 방안을 담기로 했다. 또한 현재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난 후 당사자에게 미통지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즉시통지제도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이버사찰의 피해자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정 부대표와 함께 카카오톡 커뮤니티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수사당국에 정보가 넘어간 제3자에 대한 법적 피해자 구제 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정진우 부대표의 경우 영장 제시 없이 압수수색을 집행한 문제와 관련해 집시법 위반 재판 중 검찰이 카카오톡 대화나 파일 등 정보를 증거로 제출하면 증거능력에 대해 다툴 계획이다.

   
▲ 인권사회단체들이 23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버사찰금지법 제정 계획 등을 발표했다.
 

민변 조영선 변호사는 "정진우 부대표의 보석 취소 이유서에는 카톡 대화나 파일을 현재 검찰이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다만, 검찰은 집시법 위반에 관한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해서 카톡 내용을 원본 자료로 인용한다면 이에 대한 위법성을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 집행 위법성을 따져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하기로 했다.

정진우 부대표와 카카오톡 방을 공유하고 있지만 대화를 하지 않거나, 정 부대표가 연락처를 저장하지 않았지만 카카오톡 대화방을 공유했던 제3자의 정보가 수사당국에 넘어간 것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대화상대방이 아니므로 이들의 정보는 압수수색 대상으로 영장에 기재된 바 없다"며 "따라서 영장 없는 압수수색의 위헌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기관에 대한 항의행동도 돌입할 계획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검경 규탄의 날'을 지정한 날, 대규모 민원을 접수하고 게시판에 규탄 메시지를 올리고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 등 메신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왔던 노동조합와 대책위와 같은 대화방 단위들도 검찰청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정보주체인 노동자와 시민들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사찰에 대하여 아무런 통제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권력자들에게 감시 통제되어야할 대상이 아니라 사생활과 통신비밀의 기본권을 갖는 주권자"라며 "사이버 사찰 사태로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바로잡고 위축된 표현의 자유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이제는 헌법조차 위반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감시 통제 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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