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유연제 대명사인 '피죤'이 본사와 회장 집 앞에서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월급을 삭감했다. 당시 집회에 참가한 직원들은 ‘교육 대기발령’ 상태였다.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교육만 수료하면 되는 것이다. 피죤 노조는 사실상 노조활동에 따른 불이익 조치라며 고용노동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현승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피죤지회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3월 월급통장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며 “받아야 할 월급에서 75만원 정도가 빠진 금액이 들어왔다. 다른 조합원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회사에 문의한 결과 집회에 참가한 날은 일당을 주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지난 3월 20일부터 28일까지 피죤 본사와 이윤재 회장 자택 앞에서 몇 차례 집회를 열었다. 

지회가 공개한 통화내용을 들어보면 “우리 급여가 좀 덜 들어온 거 같은데 왜 그런거냐”는 김 지회장의 물음에 월급 담당자는 “상무님이 집회하는 날은 빼라고 하셨다”라고 답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어 이 담당자는 “그래서 A차장님이랑 B차장님은 3일 빠졌고요. C, D 두 분은 하루씩 빠지고요”라고 설명한 것으로 녹음돼 있다. 이는 월급 전날인 24일까지만 계산한 것이다. 

김 지회장이 “예를 들어 4월 30일까지 계속 (집회를) 하면 월급을 아예 안 주겠다는거냐”고 묻자 월급 담당자는 “그렇죠. 하루씩 빠지면 그렇다. (상무님이) 일할로 계산하라고 해서 그거(집회) 빼고 계산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녹음됐다. 김 지회장이 “근거 없이 이러면 안 된다”고 항의해보지만 해당 담당자는 “저도 급여지급 당일에 들었다”고 답했다. 

   
▲ 피죤 지회 조합원들이 이윤재 피죤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기발령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피죤 지회 제공
 

당시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교육 대기발령’ 상태였다. 출근하지 않고 정해진 교육만 받도록 한 것이다. 김 지회장은 “교육 대부분이 인터넷 강의나 독후감 등이었다”며 “집에 있든 미국에 있든 집회를 하든 수료만 하면 되는 것이지. 집회한다고 월급을 깎는 건 단지 노조가 미워서다”라고 말했다. 그 이후부터 조합원들은 점심시간에만 집회를 열고 있다. 

그간 피죤은 끊임없이 노조를 탄압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노조가 만들어지자 회사는 지방지점을 폐쇄하고 지방에 있던 직원들에게 서울 본사 대기발령을 냈다. 부산에 사는 사람을 대전으로 광주에 있던 사람을 대구로 출근시키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이 조합원이었다. 

조합원 대부분은 노조를 탈퇴하거나 회사를 그만뒀다. 애초 40명에 이르던 조합원은 이제 6명만 남았다. 6명 전원은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대기발령 상태다. 애초 조합원이었으나 지금은 노조를 탈퇴한 2명도 아직 복귀하지 못 했다. 김 지회장은 “한번 노조에 가입하면 다시는 회사에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피죤 사측은 ‘경영이 어려워 대기발령자를 복귀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기발령자들에게 기본급과 수당까지 모두 지급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경영이 어렵다는 회사 논리는 거짓말”이라며 “돈으로 때우는 한이 있어도 노조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피죤은 지난 8월 대기발령 중인 직원들은 그대로 둔 채 신규채용을 진행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력과 돈을 모두 낭비하는 셈이다. 

거진 1년째 업무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김 지회장은 원형탈모까지 얻었다. 그는 “한 두달이야 놀면서 지낼 수 있지만 1년이 되어가니 가족들 보기도 민망하고 사람이 병신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는 “이유 없이 돈만 주고 일을 안 시키는 건 개인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헌법에도 근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죤 마케팅팀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규채용을 한 건 맞으나 대기발령자들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에서 신규채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죤 홍보팀 관계자는 임금삭감과 대기발령과 관련해 “아직 회사의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는 회사의 대기발령과 임금삭감이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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