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가 뉴스의 기본인 ‘사실 확인’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리포트를 제작하는 사례가 확인돼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MBC는 지난 17일 <뉴스데스크>와 <이브닝 뉴스>를 통해 “MBC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하는 2014년 1차 프로그램 품질평가에서 뉴스와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며 “뉴스 부문에서는 MBC 이브닝뉴스가 타사의 메인뉴스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드라마 부문에서는 ‘왔다! 장보리’가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보도는 ‘오보’였다. 

   
▲ 지난 17일  방송화면과 기사 문장.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이하 MBC본부)가 23일 발간한 민실위보고서를 보면, 해당 기사의 원 출처는 17일 오전에 나온 자사 홍보 자료다. 

MBC는 ‘왔다!장보리, 프로그램 품질평가 1위’라는 홍보 자료에서 “MBC는 전문조사기관인 나이스R&C에 의뢰해 2014년 1차 프로그램 품질평가를 실시했다”며 “‘왔다!장보리’가 방송 3사 중 프로그램 품질평가 1위, ‘이브닝뉴스’가 뉴스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으며 MBC는 지상파 4채널에 대한 브랜드자산 평가에서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MBC는 또 “프로그램 품질평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의 필수사항”이라며 “프로그램 시청률이 오락성만을 강조한 프로그램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고, MBC를 비롯한 국내 주요 방송사들은 매년 자체 프로그램 품질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 17일 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 캡쳐 화면
 

MBC본부에 따르면, 한 인터넷 매체가 이 보도자료를 받아 17일 낮 12시께 “MBC, 방송통신위원회 프로그램 품질평가 2관왕 등극”이라고 제목을 뽑았고, MBC는 이 매체 기사를 토대로 리포트를 제작하는 촌극을 빚었다.

MBC본부는 “보도국 편집부는 방송통신위원회 취재를 담당하는 정치부에 (해당 온라인 매체) 기사 확인을 요청했다”며 “기사는 출고와 편집을 거쳐 17일 ‘이브닝뉴스’와 ‘뉴스데스크’ 등에 방송까지 됐다”고 밝혔다. MBC가 전문조사기관에 자체 평가를 의뢰해 부문 1등을 했다는 사실이 “MBC가 방통위가 실시하는 2014년 1차 프로그램 품질평가에서 부문별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로 뒤바뀌게 된 것이다.

MBC는 20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정정보도했다. MBC는 “‘MBC이브닝뉴스’와 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방송 통신 위원회가 실시하는 2014 1차 프로그램 품질 평가에서 각각 뉴스와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는 본사 보도는 문화방송이 자체적으로 전문조사기관인 나이스 R&C를 통해 지난 8월 한 달 간 실시해 방통위에 보고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례는 이것만이 아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5일 <한강의 새 명소 세빛섬 개장>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한강 세빛섬이 우여곡절 끝에 개장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문제는 기사의 주제를 뒷받침하는 육성 녹취, 이른바 ‘싱크’(Sync)였다. MBC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세빛섬 사업이 2011년 박원순 시장의 재보선 당선 이후 표류하게 됐다”면서 재보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싱크(“생태습지보존지구인가요? 거기하고 세빛섬하고 비교하면 너무 극단적인..”)를 삽입했다. 

   
▲ 지난 15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MBC는 박 후보 싱크에 이어 기동민 당시 선거캠프 비서실장 싱크(“여기는 지금 세빛 둥둥섬까지 포함하면 거의 3천억 원이 들어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얼마만큼 좀 생각을 바꾸고 그랬다면…”)까지 삽입했다. 하지만 이날 MBC 뉴스에 나온 사람의 얼굴과 육성은 기동민 전 부시장이 아니라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었다. 자막사고가 난 것이다. 

단순 실수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본부는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기동민이 누구인지 몰랐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사 활용을 위해 박 시장의 측근 싱크까지 공들여 찾아 쓰면서 기동민 전 부시장의 얼굴과 육성이 맞는지 육안으로 확인도 한 번 안했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MBC본부는 “단순히 얼굴과 육성만 뒤바뀐 게 아니라, 당시 대화 맥락까지 뒤바뀐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보도 책임자인 김장겸 MBC 보도국장과 통화하기 위해 세 차례 연락을 했으나, 김 보도국장은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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