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동아일보 등은 대표적인 ‘친여매체’로 손꼽힌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표현을 넘어 때로는 ‘권력동반자’의 동지적 모습도 목격된다. 노무현 정부시절 사사건건 문제삼고 비판을 넘어 비난 수준으로 적대적 보도행태를 보인 것과는 대조된다.

조중동이라는 이름으로 한묶음이 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날조차 축하는커녕 ‘비난성 칼럼’을 게재했을 정도로 날을 세웠던 기사, 칼럼들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이후 언론과의 밀월기간이 지났음에도 비판, 견제보다는 홍보나 침묵을 택했다. 언론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과 지적이 있었지만 간단히 무시됐다.

그러나 최근 친여매체의 비판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에 집중되고 있다.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동아일보는 10월 30일자, “또 “방산비리 척결” 시정연설, 대통령은 1년간 뭘 했는가“라는 사설제목에서 박대통령을 정조준하여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군납비리를 거론하며 ‘강력히 척결할 것’이라고 말한데 대해 지난해도 그런 비슷한 말을 했는데 그동안 뭘 했느냐고 질타했다. 직접 인용하면 이렇다.

“...마치 1년 전 국회 시정연설 원고를 다시 서랍에서 꺼내 읽은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비리를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을 왜 1년이 지난 뒤에도 다시 들어야 하는가. 지난해는 박 대통령 임기의 첫해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방위산업과 군납 비리는 1년 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나아지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박대통령의 공허한 말의 성찬을 공박하기 하루전에 또 사설을 통해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판했다. 이번에는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 실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는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뜨렸다.

   
▲ 29일 오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동아일보는 사설 <김기춘 실장 눈에는 낙하산 인사가 한 명도 안 보이나>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최근 논란이 된 자니 윤 한국관광공사 감사와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이사장, 박완수 인천공항공사 사장만 하더라도 낙하산 인사가 아니고 무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김실장에 대한 실망과 함께 박대통령의 수첩인사를 비판하며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식으로 단언했다. 평소 동아일보의 논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10월 29일 <청와대와 정치권 수준 보여준 ‘7시간 괴담’ 소동>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도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둘러싸고 수많은 억측과 낭설, 심지어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괴담이 횡행했다”고 지적한 뒤 “이렇게 키운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 동아일보의 최근 보도논조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동안의 밀월관계를 청산하고 본격적인 감시와 견제 관계로 전환한 것으로 봐도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않다. 그렇다면 왜 최근 친여매체 사설내용이 마치 한겨레, 경향신문에서나 찾아볼 법한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는가.

첫 번째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불통에서 찾는다.

지난해부터 박 대통령이 ‘비리 척결’을 주장했지만 부패, 비리를 근절할 실질적 법과 제도는 없고 국회타령이나 하고 있는 한가한 모습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접촉도 없지만 언론과의 특별인터뷰 등도 허용하지않고 있다. 친여매체에 대한 특별대우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정당한 비판을 하는 것이다. 비판하는 언론이 문제가 아니라 말만 앞세우고 시간이 지나면 또 같은 말을 반복하는 무능한 정부가 딱하다고 본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오만에서 찾는다.

역시 국정감사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대통령 개인트레이너’로 의심받는 제2부속실 3급 행정관(국장급)의 나이를 묻는 질문에 “국정 최고책임자를 보좌하기 때문에, 국가기밀사항을 다룰 수 있기 때문에”라며 나이 밝히기를 거부했다. 유명 연예인 트레이너를 하다 청와대로 옮겨 지난해 ‘1억1400여만원 상당의 헬스기구를 들인 이유’ 등을 추궁하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34살 최연소 국장으로 알려진, 윤전추 행정관의 나이가 무슨 대단한 국가기밀이라도 되는 양 답변을 하지않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알권리를 거부한 행위다. 대통령 주변에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최소한의 기본정보조차 공개하지않는 것은 권력의 오만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는 친여매체의 눈에도 한심하고 답답해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여매체의 비판은 박 정부에 대한 불만과 초조감의 표현이다.

박 정부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그 무능, 무기력, 무책임함을 총체적으로 노출시켰다. 각 종 인사를 통해 ‘인사참사’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버렸다. 최근에는 개헌 문제를 가지고 청와대와 여당대표의 대립과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빠른 속도로 민삼이반이 이뤄지고 있는데, 청와대의 변화나 위기감 같은 것은 읽히지않는데 대해 친여매체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허약한 야당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박 정부의 독선과 불통은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보이지않아 ‘훈수’ 수준을 넘어 야당 역할의 비판 몫까지 하는 진풍경이다. 달리 해석하자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정치적 중립성이 거세된 공영방송, 조중동과 한몸인 종합편성채널방송, 은밀하고도 훈련된 사이버 사령부과 댓글팀 유사단체 등은 앞으로도 온, 오프라인 세상에서 여론을 의도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려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균형감을 찾고 옳은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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