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이버망명’이 줄을 잇고 있다. 유사한 사례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국내업체에만 적용된 성인인증제도로 인하여 44%에 달하던 판도라티브이의 시장점유율이 3.7%로 떨어지면서 그 빈자리는 해외업체인 유튜브가 메웠다. MBC 작가의 이메일 내용이 수사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집되었다는 보도 이후, 다수의 이메일 서비스 이용자들이 대거 지메일 등 해외업체가 운영하는 이메일 서비스로 옮겨가는 일도 벌어졌었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텔레그램 망명은 그 규모나 사회적 파장 면에서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된 다음카카오는 회사의 존폐문제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처벌을 받는 한이 있어도 감청영장의 집행을 거부하겠다고 나섰고, 사이버 사찰 논란이 2014년 국정감사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시작된 사이버공안시대

문제의 출발은 지난 9월 16일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이다. 이틀 후 검찰은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링 해 허위사실 유포자를 적발, 엄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 대표가 ‘사이버 유언비어 엄단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했음을 인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SNS 서비스 이용자들의 텔레그램으로의 대규모 망명이 시작되었다. 논란이 커지자 명예훼손은 실시간 감청의 대상이 아니라는 등의 해명이 있었으나 망명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몇 마디 억지해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오히려 불신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보 양보하더라도 이러한 불신의 시작은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엄단 방침 발표였음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일단 발표 시점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보다 큰 문제점은 사이버 명예훼손을 엄단하기 위해 인터넷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는 발표내용이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명예훼손 범죄의 적발을 위해 실시간 감청, 즉 통신비밀보호법상의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하지 않다는 법령의 규정에 입각한 해명을 했다. 그러나 이 해명으로는 카카오톡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적 대화 내용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될 수 있다는 이용자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 JTBC <뉴스9> '박 대통령, 수사·기소권 부여 '반대'' 9월 16일 보도화면 갈무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정부의 강경 태도

인터넷상에서의 명예훼손이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어 표현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에 일정정도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선제적 수사 방식이 과연 가능하고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검찰은 이와 관련하여 인터넷 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하여 연예인, 학생 등이 자살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있어 공익수호의 의무가 있는 검찰이 이를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검찰은 명예훼손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수사방법이 오히려 헌법상 보장된 통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인터넷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이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서는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의 유형이다. 단순한 허위사실의 유포는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허위사실의 유포가 개인의 인격권 침해로 이어지고 이러한 점을 피해자가 인식하여 시정을 요구한 경우에 한하여 공권력을 발동하여야 한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의도에는 당사자의 요청 없는 명예훼손 수사 및 처벌이 가져올 결과, 즉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대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일반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되었다고 본다. 

더구나 제3자인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해당 표현행위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 것인지를 당사자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이러한 점이 수사기관의 선제적 인지 수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나 수사기관의 선제적 인지수사에 의해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이 내려진 사례를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명예훼손 엄단 강조하는 정부 태도는 국민 겁박용? 

이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선제적 수사가 용이하지도 않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사이버 망명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지난 15일 ‘사이버 사찰’ 논란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되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기존 방침은 유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강경태도를 보면, 개인의 명예훼손에 대한 대응 때문이라는 공개된 발표와는 다른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실제 많은 국민들이 이번 사이버 검열 엄포에 대해 대통령과 정권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국민을 겁박하는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이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자기검열을 강화시키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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