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가 30일 전면 개장했습니다. 아마 건축 계획 초기 단계부터 개장까지 이렇게 논란이 많았던 건축물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전면 개장 첫날부터 사고가 발생했네요. 실내에서 구경 중이던 관람객이 신용카드 크기의 중금속에 맞아 다쳤습니다.

롯데그룹은 원래 1994년부터 제2롯데월드 건립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근 서울공항 이착륙 문제 때문에 번번이 계획은 틀어졌습니다. 상업적 목적을 위한 고층빌딩 때문에 군용으로 쓰이던 비행장의 활주로를 변경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도시를 옮길 수는 없지만 군부대는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건립은 급물살을 탑니다. 결국 2009년 3월 제2롯데월드 건립이 승인됐고 서울공항의 활주로 각도를 틀기로 했지요. 이후 15년을 기다려온 롯데는 빠르게 건물을 쌓아올립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2롯데월드가 지어지는 와중에 인근 석촌호수의 물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죠, 그리고 석촌호수 인근에서 대형 싱크홀이 나타났습니다. 이후 제2롯데월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경향신문)

그럼에도 롯데그룹은 석촌호수 수위저하와 싱크홀 발생은 제2롯데월드와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시도 이 싱크홀은 상하수관 문제이거나 지하철 9호선 공사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 주재 자문회의 결과 “제2롯데월드 지하수 유출량과 석촌호수 수위는 상호 연관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시사저널)

하지만 공사는 강행됐고 제2롯데월드는 임시 개장했습니다. 제2롯데월드 타워의 지반이 11㎜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말이죠.(국민일보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터졌습니다.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아래 초고압 변전시설이 있어 국제권고치를 넘는 전자파가 검출된 것입니다. JTBC가 단독보도했는데 일반인 관광객에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 자리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겐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전은 “문제 없다”고 했습니다. 그럴까요? JTBC는 그 조사가 3곳에서 이루어졌고 그중 두 곳은 변전소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측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균열도 나왔습니다. 5~6층 식당가 바닥 마감이 갈라지는 현상이 나왔는데요, 이 바닥에 꽃힌 명함사진은 유명하죠. 제2롯데월드는 처음에 “씨맨트 양생 과정에서 발생한 것 같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서울의 옛느낌을 보여주려는 식당가 컨셉을 살리기 위해 금이 간 듯한 바닥디자인을 썼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복고풍’ 디자인 중 왜 하필 ‘금’이었을까요?

숱한 논란 끝에 제2롯데월드는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전면개장 첫날 관람객이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이 금속부품은 유리난간을 고정하는 부품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사실이라면 똑같은 것이 수도 없이 많을테니, 위험성은 상존하는 것이지요.

논란을 키운 것은 롯데였습니다. 그리고 정부·서울시도 논란을 확산시켰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2롯데월드 균열논란에 대한 시민의 질문에 트위터로 “전문가들이 조사한 것이니 믿어주세요”라고 답변했습니다. 전문가들이라니 잘 아시겠지만, 글쎄요. 이 정도로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는데 ‘믿음’으로 해결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더 한심한 것은 정치권입니다. 제2롯데월드 안전 논란에 대해 이명박 책임·오세훈 책임·박원순 책임만 읊조리고 있습니다. 물론 제2롯데월드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소재는 가려야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말 안전한지 점검부터 하는 겁니다. 전문가도 참여하지만 시민들도 이 점검에 참여해야겠지요.

제2롯데월드, 개장 첫날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겠지요. 삼풍백화점은 개장한 지 불과 6년 만에 무너졌습니다. 똑같은 잘못을 범하진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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