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최고급 전륜 구동 대형세단 ‘아슬란’ 발표회가 열린 3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신차 발표회장 밖에서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현대자동차 아슬란은 가장 편안한 차가 아니라 불법으로 만들어진 가장 불편한 차”라고 외쳤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현대차 아산공장 현장 노동자 모임 소속 노동자들은 “오늘 우리는 현대차가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대형 세단 아슬란의 출시를 함께 축하할 수 없다”며 “현대차 아슬란이 10년 동안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주장처럼 노동부 등은 10년 전부터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임을 인정해왔다. 현대차는 이들과 ‘도급’ 관계라 주장해왔다. 도급과 파견의 핵심적인 차이는 원청 업체의 업무지시, 관리감독이다. 도급일 경우 원청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업무에 개입하면 안 되며, 개입할 경우 파견이 된다.

실제 노동부는 2004년 9월과 12월 현대차 1만 명의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6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고,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2010년 11월 12일 서울고등법원, 2012년 2월 23일 대법원도 불법파견을 확인하는 판결을 계속 내렸다.

최근에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175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들이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는 것이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주를 따지는 것이다. 다만 현대차가 신규채용을 한 이들과 소송을 취하한 이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도둑질 하지 말라는 법원 판결이 여섯 번이나 나왔는데도 (현대차는) 계속 도둑질을 하겠다고 한다”며 “정몽구, 정의선 부자가 지금 있어야 할 곳은 신차 발표회장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오늘 우리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있어야 할 곳은 차가운 거리가 아니라 아슬란을 만드는 자동차 공장”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아슬란 신차발표회가 열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2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DDP 경호직원과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이 막아 서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신분을 밝히기 꺼린 현대차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을 막으며 “남의 집 신차 발표회에 쳐들어와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 처음”이라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계약을 했으니 혹여나 (신차발표회) 행사에 손해가 갈 경우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방호팀과 기자회견 참가자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방호팀 관계자가 “여기서 (기자회견) 하지 말고 현대차 앞에서 가서 하라”고 말하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현대차 앞에서 수없이 했다”며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으니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 신차발표회를 방해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아슬란 신차발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가운데)이 포토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현대자동차 아슬란 미디어데이 행사에는 삼백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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