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들이 집단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작업장에 대한 알권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올림과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30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반도체 직업병 예방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공유정옥 작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안전보건의 기본이 알 권리이며 알 권리의 시작은 정보공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반올림은 삼성전자와의 교섭에서 각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모든 화학물질의 이름과 사용량, 방사선 발생장치 및 노출평가 등의 현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유 전문의는 “삼성은 지나치게 비밀주의를 유지해 심지어 공중에 공개하는 것이 아님에도 비밀주의라며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산재소송에서 원고 측 요청자료 공개도 거부했다는 것이다. 당시 산재신청자가 요청한 것은 삼성에 96년 기흥공장에서 엔지니어들에게 배포한 환경수첩과 서울대 산학협력단 보고서 등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일하다 질병을 얻은 피해자들이 지난해 12월 18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삼성전자와 본교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반올림 제공
 

뿐만 아니다. 공유 전문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최근 3년간 재해발생현황과 보호구지급 및 착용상태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의 답변을 보면 “(삼성이) 기업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므로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가리고 제출(한다)”고 돼 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등에 따르면 (사업자 등은)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정보는 공개할 의무가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공유 전문의가 공개한 미공중보건학회 정책 성명서를 보면 “전자제품 제조업자는 공중보건의 기본인 알 권리 원칙에 입각해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에게 사용 및 배출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두용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나아가 알 권리가 아니라 ‘알려줘야 할 의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계약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며 “생명이나 신체의 손상 또는 건강의 침해가 명백히 우려됨에도 근로계약을 맺는 것은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삼성반도체 온양사업장에서 일했던 김은숙씨는 이날 편지를 통해 “일할 당시 윗 분 한사람만이라도 사용하는 물질이 몸에 안 좋으니 마스크라도 꼭 착용하라고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요”라며 “과연 그 분들도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는지 한 번 묻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김씨는 현재 갑상선암으로 산재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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