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다국적 가구기업 이케아(IKEA),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가구 공룡’이라 불리는 기업입니다. 이 기업이 다음달 18일 국내에 진출합니다. 경기도 광명시에 대형 가구 매장을 열고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초기, 이케아의 한국진출에 기대를 갖는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몇몇 가구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내수시장에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불만 때문입니다. 이케아 제품이 들어오면 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종류도 많아 인테리어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케아가 본격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불매운동이 일어날 분위기입니다.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인테리어 지도를 판매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케아 측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판매된 제품은 회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케아 가구는 저가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데요, 몇몇 물건은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팔 계획이라고 합니다. 특정 소파는 미국이나 일본 등 국민소득이 더 높은 국가에서 100만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한국에서는 같은 제품을 220만원에 공급할 예정이라는 거지요.

   
▲ 사진=이케아 홈페이지
 

두 가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케아가 한국 사람을 봉으로 본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빗발칩니다. 이케아가 해명한다고 내놓은 “한국 상황에 맞춘 가격 책정”이라는 논리가 불길에 바람을 불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을 우습게 안거죠”, “호구 취급하나”와 같은 비판적 반응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네티즌들의 관심은 다른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케아는 이케아인데, 사실 한국 소비자들을 ‘호구’ 취급하는 원조는 한국 기업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몇몇 대기업 제품이 오히려 외국에서 구매하면 싸고, 한국에서 구매하면 비싼 일이 종종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언론은 좀처럼 그런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이케아 비싸다고 항의하는 기자들이 삼성전자 TV가 왜 국내에서 그 가격인지 따지는 장면도 한 번 보고 싶다”, “한국 가격으로 미국 사장에서 판다면 경쟁이 힘들 것 같은데, 한국의 타 가구 회사가 이케아 가격을 결정했다고 보면 됨”, “가구업계가 이케아 까는 건 가격기준이 지들이 매기던 거랑 다르거든, 지들은 10만원 품질을 20에 팔았으니까”와 같은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케아의 가격정책이 얄미운 건 사실이나 끝내 보여주지 않는 것은 국내 브랜드와의 품질과 가격 비교이다. 깔려면 다 까라”, “이케아의 근본적 실수는 너무 성급히 한국에 ‘현지화’ 했단 거. 한마디로, 한국의 국내 대기업이 하듯 내국인들을 일찍 호구 취급”이라는 반응도 눈에 띕니다.

사실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자국에서 쓰는 잣대와 다른 잣대를 적용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생각해보면 ‘한국적 상황’이라는 자조로 귀결됩니다. 최근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최규석씨의 웹툰 <송곳>을 보면 주인공이 일하는 마트도 외국계 기업입니다만, 한국적 상황에 맞게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지요.

이케아가 문제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도 하는 행태가 비슷합니다. 정부는 이럴 땐 ‘시장원칙’을 내세우며 그 어떤 조정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신비에는 손도 못 대면서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보조금만 때려잡는 것이 지금의 정부입니다. 정부와 대기업이 국민을 ‘호구’로 보니, 외국기업이 국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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