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 RTV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프로그램 자체 제작이나 제작 지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나마 최소 운영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해 근근히 버티는 상황이다. 뉴스타파나 고발뉴스, 팩트TV 등 외주 프로그램을 재방 삼방까지 하면서 24시간 굴리고 있지만 여전히 존재감이 미약하고 퍼블릭 액세스 채널로서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다.

시민방송 RTV의 전망을 모색하는 집담회가 2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렸다.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에 따르면 RTV스카이라이프와 유선방송 일부에서 송출되고 있다. 가시청 가구는 420만 가구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2700만 가구의 15.5% 수준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전체 유선방송 사업자(SO)의 50% 수준까지 송출됐으나 2009년 이후에는 30%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다.

최 국장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 유료방송의 편성 및 채널 제도를 개선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또 “공익 채널에 시청자 참여 분야를 별도의 독립 분야로 선정하고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공적 지원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공공채널과 종교채널, 장애인복지 등 3개 분야에서 각 1개 채널 이상을 의무 송출하도록 돼 있다.

최 국장은 “RTV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시민사회 제작 영역에서 나오는 콘텐츠를 반영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송출 플랫폼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국장은 “장기적이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액세스 채널 의무화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수백 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상업방송사에 공적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운영할 경우 방송 산업 전체가 상업방송의 시장 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RTV의 위기는 단순히 재정적인 위기라기 보다는 콘텐츠와 플랫폼 전반적으로 구조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있는 콘텐츠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고 상업자본이 잠식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플랫폼 환경이 다변화되고 있는데 TV 플랫폼을 고집하면서 스스로 입지를 좁힌 측면도 있고 뉴스타파 등에 의존하면서 퍼블릭 액세스 채널로서의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다.

권용협 평상필름 대표는 “뉴스타파나 고발뉴스 등의 전문적인 대안 언론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인 일이지만 퍼블릭 액세스로서의 정체성에 맞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네트워크를 복원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지원 작품 1000여편 가운데 스크린에 올라가는 건 50~80편 정도”라면서 “RTV가 이런 콘텐츠를 수용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주훈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센터장은 “마을 미디어들은 확장을 꿈꾸면서도 기존의 브로드캐스팅 우선 전략 보다는 내로우캐스팅의 필요성을 더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조만간 마을 미디어들이 사회적 유통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될 텐데 지난 6년 동안 RTV가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미디어로서 영향력을 잃어가면서 활동가들도 RTV와의 연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퍼블릭 액세스 운동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대안적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뉴스타파나 고발뉴스 등을 담기에는 논리적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안 미디어들 사이에서 대안 포털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합의된 결론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RTV가 TV 플랫폼을 고집하기 보다는 대안 포털로 전환해 퍼블릭 액세스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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