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씨앤앰 협력업체(하청)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지난 12일 시작해 아흐레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 정규직 노동자들도 ‘전면 파업’에 돌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정규직 노조인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지부장 김진규, 이하 씨앤앰지부) 조합원 350여 명은 지난 18일 오후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16개 지사에서 영업‧마케팅, 기간망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싸움에 참여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파업을 이끌고 있는 김진규 지부장은 “비정규직 생존권만 달린 싸움이 아니라 정규직 생존권도 달려 있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씨앤앰이 매각되면서 나타나게 될 ‘구조조정’이 모든 노동자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내 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 희망연대노조 김진규 씨앤앰지부장(왼쪽)과 김영수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장. (사진 = 진보노동뉴스)
 

지난 7월 씨앤앰이 협력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새 협력업체는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노사상생을 목적으로 협력업체 변경 시 고용을 승계하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근절하자는 취지의 협약을 사실상 원청이 파기했다며 노조는 반발했다. 대주주이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가 씨앤앰 매각가를 높이려 노조와 조합원을 탄압하고 있다고 노동계와 정치권은 말한다.

김 지부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비정규직 지부와 같다”며 “해고자 109명 복직이 우선해야 하고, 매각 과정에서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 고용도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씨앤앰지부는 2010년 7월 결성됐다. 이후 정규직 노조는 지속적으로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노조 결성을 설득했다. 지난해 비정규직 지부(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가 탄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김 지부장은 “누구나 빠른 타결을 바라고 있을 것이나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정규직 지부의 노동 3권이 보장되는 쪽으로 결론이 나야 한다”며 “고용안정을 위해 회사는 직접고용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직접고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일문일답.

- 정규직 노조(씨앤앰지부)도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씨앤앰 정규직이 왜 파업을 했느냐’고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씨앤앰은 무리한 차입경영을 해왔다. 그동안 이자를 내면서 수익을 가져갔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태다. 매각가 역시 떨어진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지부가 타깃이 됐다. (비용을 줄여) 매각가를 높이려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도 무관하지 않다.”

- 실제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있는 것인가.

“회사가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규직 20~30%가 ‘잉여인력’이라는 얘기는 내부에서 흘러 나왔다. 씨앤앰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진 태광의 티브로드(자회사) 구조를 보면, 향후 어떤 식이 될지 가늠할 수 있다. 티브로드는 3개 구를 묶어서 한 개 센터를 만들어 운영을 하는데 관리자가 씨앤앰 2/3 수준이다. 인수자들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으니 구조조정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이 싸움이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 케이블SO 씨앤앰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강성덕(35)씨와 임정균(38)씨가 12일부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치열 기자)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는 어떻게 다른가.

“정규직은 각 케이블 방송사에서 송출하는 신호를 관리한다. 가정 앞에 설치된 전봇대까지의 기간망은 정규직 몫이다. 전봇대에서 각 가정을 이어주는 역할을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한다. 주로 설치와 수리 업무다. 고객 쪽에 더 가까운 것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이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이었으나 (2008년) 외주화한 것이다.” 

“정규직 가운데 영업이나 마케팅을 관장하는 분들은 협력업체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회사의 목표를 전달한다. 중간 관리자 역할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조심스러운, 긴장 관계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많이 풀렸다. 노동조합 결성 효과이자 성과였다.”  

- 사측에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해고자 원직 복직이 중요하다. 또 매각 시에 고용 보장을 해달라는 것, 임단협 체결, 파업 과정에서 임금을 받지 못했던 조합원들에게 위로금 지급 등이다. 큰 틀에서 비정규직 지부와 다르지 않다. 그런 안이 사측에서 나오지 않는 한 돌아갈 생각 없다.”

- 모든 조합원 의견이 같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얼마나 참여하고 있나. 

“처음부터 모두가 동의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지부가 설립할 때부터 함께 했던 정규직 조합원들은 흔쾌히 (파업에) 동의했다. 조합원들에게 전후 상황을 설명했고, 특히 정규직 생존권 보장을 위해 이 싸움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문제라는 데 조합원들이 공감했다. 350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현재 3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특별히 생계가 어려운 조합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지난 20일 오후 2시,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 조계종 노동위원회 소속 종교인과 노동자들이 해고자 109명 복직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보 1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 씨앤앰 사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싸움을 시작할 때는 개별 케이블방송의 투쟁이라고 다들 생각했는데, 비정규직 싸움의 선봉에 서게 됐다. 이런 싸움에 정규직이 함께 한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만 나쁜 쪽으로 비춰질까봐 조심스런 측면도 있다.”

-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측 일각에서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앞세워 뭔가를 얻어내려는 것 아니냐’고 한다. 비정규직 지부를 방패막이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그러나 정규직 지부는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전면 파업을) 계속할 것이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싸움이다.”

- 대주주 MBK는 묵묵부답인데. 

“누구나 빠른 타결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정규직 지부의 노동 3권이 보장되는 쪽으로 결론이 나야 한다. 현재는 이들에 대한 권리 보장이 미흡하다. 보완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고용안정을 위해 회사는 직접고용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직접고용 필요성을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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