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비리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 비리의 의혹들은 마치 빙산의 조각들처럼 떠돌아다닌다. 그 빙산의 본체가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22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그동안 수없이 보도돼 식상할 정도가 됐다. 수질악화와 생태계 파괴 등의 현장이 끊임없이 보도돼온 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억장 무너지는 것은 그 4대강 사업의 유지에 매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에만 이 사업유지를 위해 약 730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결국 이는 환경파괴와 함께 국가재정이 거덜난다는 의미에 이른다. 

자원외교의 실상 역시 4대강 사업에 못지않게 함정이 많다. 황당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다. 여기에 쏟은 손실 역시 두 자리 숫자의 조 단위다.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국민에게 50조원 이상의 부채를 안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자원개발 계약서에 서명한 상대국 정부에게 로비성 서명보너스로 지출한 돈만 수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방산비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거론할 만큼 고질병이다. 정권 차원적 비리에는 아예 입을 봉한 보수언론조차 방산비리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설 수밖에 없을 정도다. 한 예로 세월호 사고 후 투입논란을 일으켰던 최첨단 해군 구조함 통영함은 결정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조의 핵심장비인 음파탐지기 대신 전혀 목적이 다른 어군탐지기를 장착했다는 어이없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국정조사를 했어도 거국적으로 했어야 옳다. 그런데 여전히 논의 수준에서 여야 간에 왈가왈부하는 국면은 다분히 새누리당의 의도가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야당의 ‘사자방’국조요구야 그렇다 쳐도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 쟁점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없을 리 없다. 소위 새누리당의 역(逆) 프레임(frame) 전략이다. 프레임은 영화의 영상에 관한 용어지만 언론보도에서 오히려 많이 쓰이고 있다. 틀이란 의미의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구조물’을 말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역으로 써먹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야당이 내세운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을 차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역프레임전략이었음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 새누리당의 상징 색조차 빨강으로 바꾸었다. 물론 대통령 당선 후 박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그 전도사로 자처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까지 내쳤지만 그 역프레임효과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도 그 일환으로 여겨진다. ‘사자방’국조에 대한 여권 내 찬반양론이 겉으로야 내분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그 속내는 뻔하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체득한 꼼수가 아닌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얘기는 그 의도를 시사한다. 그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국조특위 구성을 예로 들며 “있는 대로 그 실상이 알려져야만 그 다음에 또 뭐가 잘못됐는가라는 것을 찾아서 시스템의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배후에는 세월호 프레임의 노림수가 어른거린다.

한쪽에서는 사자방 국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를 야당의 정치공세를 몰아붙인다. 그리고 또 다른 한켠에서는 아예 이를 여권의 역프레임으로 종합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해외자원개발 비즈니스의 리스크가 커서 역대 정부마다 실패사례도, 성공사례도 다 있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것도 당시 기간의 회수율은 25%에 불과했는데 5~6년이 지나 평가해보니 회수율이 110%였다”고 노무현 정부까지 들먹인다. 

4대강 사업을 이끌었던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역시 같은 논리다. “4대강 사업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다”며 대형국책사업이었던 인천공항 건설을 예로 들었다. 여기에 당사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서전 집필까지 운운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방위산업 비리에 관해서는 여권이 서둘러 척결하겠다는 자세다. 박근혜 정권에게 이러한 초점 흐리기와 꼬리 자르기는 국정조사 여부에 상관없이 그들의 실정(失政)까지 덮을 수 있는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추구하는 목적과 그를 위한 계획, 행동하는 방식, 그리고 그 행동의 좋고 나쁜 결과를 결정한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정책과 그 정책을 수행하고자 수립하는 제도를 형성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두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다.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진보진영에게 보수를 의미하는 코끼리는 아예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다. 박근혜 정권은 이런 정치공학과 상징조작에 능하다. 야당의 프레임마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들 것으로 만드는가 하면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가리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자방’국조는 결과적으로 야당의 프레임이 아닌, 박근혜 정권의 역프레임에 말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김광원 언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자방’국정조사를 국민에게 약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낱낱이 밝혀드리겠다”고 다짐한다. 야당의 입장이야 이해하지만 이를 신뢰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다른 문제다. 현실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사자방’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빅딜설이 나오는 것만 보아도 그 결기가 부족하다 못해 안타깝다. 야당은 “결코 빅딜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를 담보할 길은 무엇인가. 프레임은 의제를 던져놓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자 결단이다.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세월호 처리의 아픈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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