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아동‧여성 폭력방지를 위한 언론의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에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을 강연자로 섭외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1월 초 전국 기자협회 지회에 보낸 공문에서 “이번 세미나는 아동과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언론의 보도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지속적 관심을 갖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는 27일(목)부터 28일(금)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에서 세미나를 진행한다. 칼 호텔은 특1등급 관광호텔로 자연채광이 있는 실내 수영장과 지하 100미터의 암반수 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이번 세미나의 참석 예상인원은 60명 내외로, 여성가족부 출입기자와 기자협회 소속 여기자가 참석대상이다. 항공료 및 숙박‧식비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제공한다. 

여기자 1명 참석을 요청한 한국기자협회 공문에 나와 있는 세미나 세부 일정에 따르면 박종률 기자협회장이 개회사를 한 뒤, 제1주제로 정혜선 변호사가 ‘성폭력 보도 사례와 법적인 책임’ 강연에 나선다. 제2주제로 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이 ‘성폭력 예방을 위한 기자의 역할’ 강연에 나선다. 

   

▲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 연합뉴스

 

 

문제는 제3주제다. ‘언론계 선배와의 대화(밖에서 본 언론)’라는 주제로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강연에 나선다. 강연시간은 오후 4시 20분부터 5시 50분까지다. 이인용 사장은 1982년 MBC기자로 입사해 1996년 <뉴스데스크> 앵커를 거쳐 2005년 삼성전자 홍보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왜 삼성전자 사장이 아동과 여성 폭력에 대한 언론의 보도 원칙을 세우는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는 걸까.

한국기자협회 관계자는 25일 “이인용 사장 강연은 전직 언론인 선배와의 대화일 뿐이며 1‧2주제와는 별개”라고 답변했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관련 질문을 하자 “담당자에 연락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이인용 사장이 답할 수 있는 일”이라 밝혔다. 이인용 사장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성폭력 보도 관련 세미나를 제주도 관광호텔로 잡은 뒤 강연자의 한 사람으로 삼성전자 사장이 등장하는 상황을 두고 일선 기자들도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이인용 사장이 훌륭한 언론인 출신이라 하더라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참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일간지 기자는 “박종률 기자협회장이 이인용 사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 11월19일자와 26일자 8면에는 삼성전자 전면광고가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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