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상담사가 실적압박 등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담사 이아무개(30)씨가 지난달 ‘노동청, 미래부, 방통위에 꼭 접수 부탁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유서를 남겼지만 아직 이렇다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청년유니온, 다산콜센터 노동조합 등은 2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LG유플러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사측의 비인간적인 강요는 LG유플러스 콜센터가 있는 서울, 부산, 전주에서 모두 동일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달 21일 LG유플러스 전주센터 민원팀에서 일하던 이아무개(30)씨가 남긴 유서를 보면 해당 센터는 상담사들에게 영업할당량을 주고 이를 채우지 못 하면 임금을 삭감토록 했다. 또 영업량을 채우느라 늦게까지 일을 했어도 시간외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노동청에서 설문조사를 나온다고 하면 미리 예상 질문과 답변서를 숙지시키도록 했다.

이씨는 유서에 “회사는 거대한 사기꾼 같다”며 “LG유플러스는 전주센터뿐 아니라 서울에 있는 센터와 부산에 있는 센터, 이 세 곳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고 썼다. 실제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유서 내용처럼 부조리한 일들이 서울, 부산, 전주에서 모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청년유니온, 다산콜센터 노동조합 등은 2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 사진=이하늬 기자
 

이들은 “근무시간 초과는 물론이고 영업실적에 따른 점심시간 30분 단축, 휴식시간 금지 등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영업실적을 위해서라면 고객이 욕을 해도 참아야 하고 정해진 퇴근 시간이 있어도 팀별 경쟁을 통해 일찍 퇴근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LG유플러스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노조는 열흘째 전면파업 중이다.

오세연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한 달 만에 LG유플러스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며 “이를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고용노동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년유니온은 이달 초 LG유플러스를 ‘블랙기업’으로 선포했다.

같은 상담사 업무를 하는 김영아 다산콜센터 지부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담사에 대해 깊은 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상담사라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피부로 그냥 안다”며 “서른밖에 안 된 노동자의 죽음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와 노동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다산콜센터는 3년 전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그러면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근로기준법과 노동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LG유플러스 고객 콜센터 감정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이는 LG유플러스 뿐 아니라 전국 40만 명에 이르는 상담사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 뿐 아니라 부산, 전주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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