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유료방송 업계의 공적이 됐다. 유선방송 사업자(SO)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들까지 연대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합산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T를 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뭉쳐서 KT에 맞서는 모양새다. 마침 국회에서 방송법과 IPTV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와중이라 KT 대 반KT 전선의 대립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방송협회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은 27일 성명을 내고 “KT는 통신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IPTV 및 위성방송을 헐값에 제공하는 마케팅을 일삼으면서 유료방송 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들은 “유료방송시장 마저 독과점 된다면 콘텐츠 시장까지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국회는 반드시 연내에 합산규제 법안을 통과시켜 지리한 논쟁을 종식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혓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KT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를 더하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28.1%에 이른다. 지난해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는 케이블과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 대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도 방송경쟁상황 평가에 3개 시장을 모두 동일시장으로 획정하고 있으며, 통합법제 논의에서도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게 ‘반KT 연대’의 주장이다.

   

▲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추이. ⓒ한국투자증권.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합산규제 개선은 KT의 주장처럼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는 것도 아니고, 과도한 규제도 아니”라며 “이미 동일 동일시장에서 경쟁하는 케이블, IPTV 사업자들이 방송매체로서 당연하게 받고 있는 규제를 유료방송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범위를 조정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지배력을 활용한 불공정경쟁과 특정 채널 차단 등 콘텐츠 거래시장 질서 훼손, 시청자 선택권 저해 등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KT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우리는 보도 기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콘텐츠를 딜리버리(유통)만 하는 플랫폼일 뿐인데 플랫폼을 규제한다는 건 방송 생태계 전반적으로도 성장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박했다. 50%도 아닌 30%라는 기준도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플랫폼 사업자의 점유율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반KT 연대는 KT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우선 해외에 점유율을 사전 규제하는 사례가 없다는 주장과 관련, 미국에서 독점 우려를 이유로 에코스타와 디렉TV의 합병을 불허한 사례가 있었고 영국에서도 B스카이B의 iTV 지분 인수가 불허되기도 했다. 애초에 유럽은 지상파 방송 점유율이 높아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의 실효성이 없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도 점유율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특정 사업자가 같은 시장에서 두 개의 매체(IPTV와 위성방송)를 겸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제한 제도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수관계로 엮인 사업자의 점유율을 합산하자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주장”이라면서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채널 및 VOD)에 대한 편성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정 채널 또는 콘텐츠를 배제하거나 부각시킴으로서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를 별개라고 주장하지만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KT의 플랫폼 영향력이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합산 점유율을 33%로 규제하는 방안이 업계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휴와 SkyPlus, 키즈톡톡플러스, Sky3D 등 4개의 직접사용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실제로 가입자 규제 등과 관련 자사 이해관계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권고 결정을 받기도 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위성방송만 시장 점유율 제한 규정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은 규제 형평성의 문제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점유율을 제한하면 번호표 들고 가입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면서 ”KT를 규제하면 SO가 살아날 것 같지만 결국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이 반사이익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KT가 선도적으로 IPTV에 투자할 때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만 했던 경쟁사들이 KT를 끌어내리기 위해 KT를 공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순진한 SO들이 위험천만한 연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28일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법안과 관련한 공청회를 연다. 개정안에는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KT IPTV 가입자는 564만명, 위성방송 가입자가 41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IPTV와 위성방송의 결합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 가입자가 214만명으로,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방송 가입자는 760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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