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한 통신 3사와 담당 임원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해서도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또는 과태료 부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단통법 위반 사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방통위는 44개 유통점을 집중조사한 결과 34개 유통점에서 540여건의 단통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방통위의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이미 숱하게 언론 보도로 드러난 것처럼 단통법이 지원금 차별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통신사들의 가격 담합을 조장하고 변칙 마케팅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나마 실태 조사도 형식적인 데다 주도적인 사업자를 가려내지 못하는 등 한계를 보였다. 특히 분리고시가 폐지되면서 여전히 제조사 지원금이 드러나지 않아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 폭리 구조를 돕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대리점에 내려보내는 장려금(리베이트)을 과다 지급하는 형태로 지원금을 늘렸다. 애플 아이폰6 16G 모델의 경우 판매 장려금을 41만~55만원까지 높여서 대리점에 내려보냈고 공시 지원금을 초과해 지급한 지원금이 평균 27만2000원에 이르렀다. 전체 위반 건수 가운데 아이폰6가 42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초과 지원금도 28만8000원으로 더 많았다.

   
SBS 뉴스 캡처.
 

방통위는 “통신 3사의 서비스와 품질, 요금 등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통신사의 판매 장려금이 증액되면 그 대부분의 금액이 지원금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통신 3사가 장려금을 대폭적으로 증액한 것은 유통점으로 하여금 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도록 지시 또는 유도한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단통법은 지원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3억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방통위는 단통법을 위반한 유통점에 시정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하고 통신 3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하는 등의 안건을 다음 위원회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조사과정에서 유통점이 자체 휴업으로 인해 조사하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추가 현장조사를 추진하되, 계속 휴업하는 경우에는 조사거부 및 방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검토해 더욱 과중한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애플 아이폰에 보조금이 집중되는 것과 관련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의 과도한 불만 제기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단통법 시행 이후 분리공시가 빠져서 지원금 공시를 안하고 팔짱을 끼던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외국산 단말기를 싸게 구입하는 이용자 요구에 부합한 시장상황에 대해서 과도하게 불만 제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지적했다.

   
아이폰이 출시됐던 지난달 31일서울 중구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 구매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하루 뒤 일부 지역에서 아이폰이 할부원금 20만원 미만에 팔리면서 이들도 모두 '호갱님'이 됐다. ⓒ연합뉴스.
 

김재홍 위원은 “유통점을 수십개씩 거느리고 수천억원 매출을 내는 큰손이 있는데 이들이 시장을 교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방통위가 수사권이 없고 행정력이 없기 때문에 기업적으로 운영되는 이 업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삼석 위원은 “통신사 임원들을 형사고발하는게 안타깝지만, 시장 정상화와 이용자와의 신뢰회복을 위해, 돈으로 책임을 대신하지 말고 사람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 실태 조사의 한계도 지적됐다.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은 “계약서 자체는 공시된 지원금 범위내에서 아무 문제 없이 작성돼 있고, 계약서 확보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다”면서 “일요일에 바로 조치 및 조사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월요일부터 주말에 많은 초과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개통을 못한 건수에 대해 취소를 많이 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취소가 이뤄진 것은 초과 지급으로 볼 수 없어서 적발을 못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주도 사업자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오남석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국장은 “단통법 시행 전에는 주도사업자를 선정할 기준을 통신 3사와 방통위가 협의해 만들었으나 단통법 시행후에는 이런 기준을 운영해야할지 말지,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이전 기준을 이틀 동안의 조사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CEO에 책임을 지울 수 있을 지는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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