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정윤회 문건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되도록 사건 자체를 언급하는 것을 자제해왔던 새누리당 지도부가 '원하는 그림'으로 수사 결과가 나오자 사건 진상 규명 요구를 야당의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검찰 수사 중에 있는 문서유출 사건을 가지고 운영위 소집을 운운하며 상임위를 중단하는 것은 민심에 반하는 일"이라며 "우리 국회는 국민을 위한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민생 발목잡는 것은 책임있는 제1야당 모습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건 파문 직후인 지난 1일 김 대표가 "국민적 의혹이 많은 상황에서 관련인사들이 이 문제를 검찰에 고소한 만큼 검찰은 빨리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고 신속히 매듭을 지어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과는 뉘앙스 차이가 크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야당이 문건 유출과 관련해 운영위, 특검 등을 주장하지만 순서와 절차가 있는 법"이라며 "특검 등 여러가지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진중한 요구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비판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2014년 마지막 임시국회를 여야합의로 한 이유는 그동안 쌓였던 산적한 민생경제법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검찰 수사 문건 유출 사건을 두고 정치 공세를 펼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정윤회 문건의 실체는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청와대의 인사 쇄신을 통해 국정운영의 변화를 보여줘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대로 문건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특검이 필요하고 검찰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인데 청와대 쇄신 카드로 일축해 출구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0% 초반 혹은 40% 밑으로 떨어지면서 청와대가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는 정부에 등을 돌린 여론을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 의식도 보인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새누리당 홈페이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80년대 최태민 목사 의혹을 전혀 몰랐느냐, 아니다. 알면서도 다 과거의 문제로 생각하고 지지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다시 정윤회 논란을 통해 온 국민이 알게 됐다. 상당히 지각 있는 지지자들도 환멸을 느낀 분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중도층의 지지는 물론 핵심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면서 30%대 국정수행 지지도가 유지되거나 더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교수는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수사기간이 짧고 문건유출에만 초점을 둬,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집단이란 걸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다.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로 이번 정윤회 문건 파문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헌법재판소의 구성은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분들이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인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6분 이상 찬성해야 정당해산 요건이 성립된다. 쉽게 예단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결정되면 우리 모두는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재철 의원은 지난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심판청구 선고가 곧 나올 텐데 통합진보당은 북한을 맹종하는 종북 좌파 집단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명백한 위험을 가졌음으로 반드시 해산돼야 한다"며 "통합진보당은 헌법을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는 목표를 가진 집단이어서 헌법이 보호해선 안 된다. 판결이 늦어질수록 이석기 등 통합진보당에 지급되는 국민의 혈세만 줄줄 커질 뿐이다.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해산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동안 박 대통령 스타일로 보면 의존도가 높았던 문고리 3인방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새로운 소통과 시스템, 리더십을 가지고 만회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그동안 독선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참모 몇 명 바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의 본질적인 리더십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한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가 순간적으로 보면 여권의 호재로 작용할 순 있겠지만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들어 우경화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선고 판결이 언론자유나 민주주의 후퇴로 받아들여져 진보당을 지지하거나 정당 해산에 동의하지 않은 국민들과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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