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을 두고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권자의 판단이 아닌 헌법재판소 판단을 통한 강제해산 방식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9일 오전 10시 8대 1의 의견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정의당의 특별성명을 전했다. 김 대변인은 “정당해산 판결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당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로 매우 개탄스럽다. 소수정당을 보호하고자 제정된 심판 제도로 소수정당을 해산한, 자기 부정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권위주의 독재시절과는 달리 민주주의 시대에 정당에 대한 심판은 사법적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다. 이것이 헌법정신이고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라며 “정당은 자유로운 정치적 결사체로 주권자인 국민이 심판해야 하는바,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국민의 기본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정당 내 일부세력의 행동을 정당 전체가 한 것으로 여긴다면 어떤 당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나”며 “정의당은 오늘을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진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심대한 위협이 될 것임을 우려한다”며 “해산당한 통합진보당을 빌미로 종북여론몰이가 공세적으로 벌어지고 통합진보당과 관련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이정희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의당보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면서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헌법재판소의 오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나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통합진보당에 결코 찬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통합진보당의 해산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선택에 맡겼어야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정당 해산 결정이라는 중대 사안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국민과 유권자가 심판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에 대한 가장 강한 비판은 정당 해산의 대상이 된 통합진보당에서 나왔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헌재 결정 직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앞에서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다.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법재판소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며 “오늘 이후 자주·민주·평등·평화통일의 강령도 노동자 농민 민중의 정치도 금지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한 “오늘 정권은 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저희의 손발을 묶을 것이다. 그러나 저희 마음속에 키워 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헌법재판소 결정은 대한민국 부정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사필귀정이다. 대한민국 부정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며 헌법의 승리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정의의 승리”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대한민국이 종북세력의 놀이터로, 국회가 종북세력의 해방구로 전락하는 것은 오늘로 종지부를 찍었다. 헌재는 오늘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결사의 자유도 ‘절대 불가침’의 무한의 자유가 아님을 분명히 해주었다”며 “헌재의 결정에 불복해서 거리로 뛰쳐나가 혼란을 야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헌재 불복’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통합진보당 비판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사필귀정,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며 “자유의 적에겐 자유가 없다는 진리를 재확인했다. 대한민국의 적에게 사망선고가 내려진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25일 국회 대정부질문 및 같은 해 9월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본회의 연설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 해산 결정 이후 안국역 래미안갤러리 앞에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헌재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역시 “오늘 헌재 판결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민주주의 그늘 안에 숨어있던 반민주적, 폭력혁명 추구하는 세력들을 용인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오늘의 판결은 단순히 통진당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근대사 이후의 민주화 운동을 주도해왔던 민주화 세력들이 전면적으로 자기반성하고 성찰하고 다시 태어나야할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헌재 판결을 두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까지 겨냥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야권 연대란 화려한 색깔의 독버섯에 혹해서 종북 숙주 노릇을 하는 정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통합진보당과 선거연대를 꾀했던 정당과, 추진 핵심세력들은 통렬히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역시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에 발맞춰 빠른 후속조치에 나섰다. 국회사무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서가 국회에 송달되는 대로, 통합진보당에 제공된 사무실과 각종 예산상의 지원을 중단한다. 또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결정됨에 따라, 국회의장은 궐원통지서를 대통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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