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정당해산,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모두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용자를 차단하면 ‘친목질’이라고 비난받는 이 시대에,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시켰습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고, 세계사에서도 쉽게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선거 때마다 출마를 통해 민주주의식 정치경쟁에 참여했던 정당이 ‘폭력’으로 국가전복을 시도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추측’이지요.

추측 등 상상을 바탕으로 통합진보당의 위험성을 과장한 후,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셈입니다. 헌법 8조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통합진보당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많은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는 정당입니다. 그런 정당을 RO모임이 마치 전부인 듯 ‘추측’하고 정당을 해산하는 초유의 일을 만드는 것이 과연 정상적일까요?

정당에 문제가 있다면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퇴출시킬 것입니다. 당 강령이 폭력을 수단으로 삼고 있지도 않고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과 공모해서 남한사회를 혼돈에 빠뜨리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을 언제든 해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19일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SNS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꼴 보기 싫으니 해산하라’는 댓글이나 SNS도 보이긴 하지만, ‘꼴 보기 싫다’고 당을 해산하면 대한민국에 살아남을 정당은 없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은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합니다.

“이로써 헌재는 권력에 ‘헌’신하는 기관이 됐다. 외신은 제2의 유신 ‘독재국가’라는 기사를 보도할 것”, “통합진보당이 까이든 지지를 잃든 그건 시민들이 정치의 영역에서 판단할 일인데 헌법재판소가 해산시켰네, 이제 유사점을 찾아 엮일 수 있는 정치세력들에게 탄압이 가해질 우려를 안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 해산결정은 복수정당제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사법살인입니다. 국민이 선택하도록 했어야”, “이제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 가만히 있으면 그 차례는 바로 당신이다”, “해체주의 정권임. 그냥 막 해체함. 해경도 해체하고 전교조도 해체하고 공무원연금도 해체하고 통합진보당도 해체하니”란 지적도 나옵니다.

과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악연도 다시 거론됩니다. “2년 전 그때 그 TV토론회, 토론회가 끝나고 이런 글이 올라왔었다. ‘산 정희가 죽은 정희를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2년 후 TV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정희 당대표가 선사했던 잊지 못할 치욕을 대통령 당선 2주년 기념일에 몇 백배로 복수”(고재열 시사IN 기자) 등의 주장입니다.

헌재에 대한 비판도 이어집니다. “미디어법 통과 때 ‘위법이지만 무효는 아니다’고 했던 헌재! 헌잿더미가 되다! 박한철 헌재소장! 메뚜기도 한철입니다”란 비판이 나옵니다. 김용민 PD는 “박한철 소장님, 소수의견 낭독하신거 봤습니다. 일생 공안검사 일로매진하셔서 죽기 전에 그 입으로 옳은 말씀하는 것도 보게 되네요.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 선생이 북한과 내통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씌우며 그를 사형시켰고, 불과 1년도 안돼 4·19로 물러났습니다.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민심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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