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뇌물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삼성중공업의 요청으로 온라인에서 삭제되거나 기사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8일 한국일보는 19면 <삼성重, 브라질서 뇌물 스캔들 휘말려> 기사를 통해 “삼성중공업이 브라질 정치권과 재계를 뒤흔들고 있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들었다”며 “페트로브라스의 전 해외사업 부문 총괄 임원 4명이 드릴십 2척의 수주를 따내도록 돕는 조건으로 삼성중공업으로부터 5300만 달러(약 580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16일자(현지시간) 보도를 전했다. 

삼성중공업이 브라질 현지 중개회사를 통해 페트로브라스 임원에게 대가성 뇌물을 전달했다는 브라질 연방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공개된 후 WSJ을 비롯해 영국 로이터 통신 등 국제 유력 언론들은 이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국내에서 이 사실을 보도한 곳은 한국일보가 유일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해당 기사는 지난 18일 온라인에서 사라졌다. 삼성중공업 측에서 한국일보에 기사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한국일보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 한국일보 18일자 19면
 

이 기사를 쓴 박상준 한국일보 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아침에 기사를 보고 삼성중공업 쪽에서 중개회사와 계약 성사 후 정당하게 수수료를 지불한 것이라는 문제제기를 했다”며 “우리는 삼성 측 입장도 취재해서 썼지만 단독으로 취재해 쓴 것이 아니고 외신을 인용한 기사여서 삼성 측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자고 판단해 기사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그러면서 “삼성중공업은 우리에게 이 사건 자체에 대해 아직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고 기사화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이 아니냐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일단은 삼성 측 문제제기가 충분히 받아들여질 만하다고 판단해 내렸지만,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수사가) 더 진행되면 바로 꺼내서 쓸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도 해당 사안에 대해 삼성중공업 측에 취재 문의를 했지만 기사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중공업 홍보팀 관계자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한국일보 등 몇몇 매체에서 문의 전화가 왔고 영자신문 중에선 코리아타임스에서 문의가 있었다”며 “삼성중공업이 브라질 검찰에 기소된 것도 아니고 내용이 민감한 것도 사실이어서, 뇌물 주지 않았는데 준 것처럼 보도된 것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WSJ 등 외신 보도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선 “우리 쪽에 취재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고 브라질 검찰 공소장 내용을 가지고 기사를 썼는데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며 “WSJ 기사 내용에도 어떤 불법적 행위들로 삼성중공업이 기소된 사실이 없다고 명백히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WSJ은 “삼성은 우리가 보낸 이메일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Samsung didn’t respond to an emailed request for comment.)고 밝히고 있다. 

조재현 코리아타임스 경제부장 겸 금융팀장은 삼성중공업 뇌물 스캔들 관련 취재 후 기사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페트로브라스 임원이 뇌물을 받았다는 게 브라질 검찰의 주장인데 삼성중공업이 직접 줬다는 물증이 확실히 있는 것 같지 않았다”며 “수사가 진전되고 삼성중공업의 연관성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처리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기사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한국일보, 코리아타임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는 WSJ 등 외신 보도 이후 삼성중공업 홍보실에 관련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에 삼성중공업 측은 회사가 브라질 사법당국으로부터 아직 수사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고 적법절차를 거쳐 중개수수료를 지불한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기사를 내려달라거나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두 언론사는 삼성중공업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사를 내리고 후속 보도를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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