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을 두고 정씨와 첨예한 대립각의 위치에 있던 박지만 EG회장(박 대통령 동생)의 태도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박 회장이 자신과 관련된 청와대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으나 당사자인 세계일보 기자들은 다른 이를 통해 박 회장에 전달했으며 박 회장이 문건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가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을 돕기 위해 결단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일보는 19일자에서 ‘(세계일보 기자가) 문건을 가져와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를 교부하지는 않았다’는 박지만 회장(조용호 변호사 작성)의 문건에 대해 “이 문장에는 ‘나에게’라는 표현이 없다”며 “해당 문건이 전달된 대상이 모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만약 박 회장이 ‘나에게’ 그 문건을 건네지 않았다는 의미로 썼다면 행위 자체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본지 기자가 해당 문건을 박 회장 측 A씨에게 건넸던 사실을 감안하면 박 회장 해명은 교묘한 수사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세계는 ‘박 회장이 청와대 문건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적도 당연히 없다’고 기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측근인 B씨를 통해 문건을 처리했으며, B씨는 기자에게 청와대와 국정원에 전달했다고 알려왔다”며 “실제 박 회장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국가정보원에서 연락이 갈 것이니 좀 도와 달라’는 부탁도 했다”고 폭로했다. 

   
박지만 EG회장
@연합뉴스
 

세계는 “박 회장이 이처럼 계산된 발언을 하며 자신을 숨기는 것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서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결국 세계일보 취재팀이 박지만씨 측 인사(A씨)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고백한 것이며, 반대로 박지만 회장은 이를 자신이 직접 받지 않았으니 사실과 다르다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를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확실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박 회장이 세계일보 취재팀과 만난 것을 시인해놓고 받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뭔가 기류의 변화가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을 낳는다.

이를 두고 세계일보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번 파문으로 보수층까지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박 회장이 누나를 돕기 위해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 “일각에서는 청와대 측이 나서서 박 회장과 정씨 사이를 화해시킨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석은 실제로 검찰이 정윤회씨를 비롯한 실세 3인방에겐 면죄부를 주면서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는 혐의를 적용하려는 한편으로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3인방 등 비서진 개편설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때 개연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정윤회씨의 박지만 회장 미행설의 경우 거짓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실제로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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